[그 노래 그 사연] ‘슬램덩크’가 불러왔던 농구 붐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2023. 2.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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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 개봉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객수 230만명(7일 기준)을 돌파했고 관련 만화책·음반·기념품 판매도 잇따른다.

농구대잔치에선 스타 선수가 다수 배출됐다.

5년 만에 '마지막 승부'로 기회를 잡은 것인데 체대 출신이었던 그가 가수로 전향해 스포츠 드라마 주제곡을 불렀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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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 그 사연
김민교 ‘마지막 승부’
1994년 방영된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OST 앨범.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관객수 230만명(7일 기준)을 돌파했고 관련 만화책·음반·기념품 판매도 잇따른다. 원작인 만화 <슬램덩크>는 우리 농구사(史)와도 관련이 있다.

국내 농구계는 1997년 프로 구단이 창설되기 이전 실업팀과 대학팀이 겨루는 ‘농구대잔치’가 1983년부터 이어져 왔다. 1990년대 들어 농구가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는데 때아닌 농구 붐 이면에는 <슬램덩크>의 히트도 한몫했다.

농구대잔치에선 스타 선수가 다수 배출됐다. 실업팀에 속한 김현준·이충희·한기범·허재 등과 대학팀에 포진한 연세대학교 문경은·서장훈·우지원, 고려대학교 현주엽 등이다. 스타가 나오면 연예계가 그들을 가만히 놔둘 리 없다. 1994년 MBC는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를 제작하기에 이른다.

라이벌인 두 대학 농구팀의 경쟁을 다룬 <마지막 승부>는 당시 하이틴 스타였던 장동건·손지창·심은하·이상아가 주인공을 맡아 열연했다. 스포츠 드라마는 새로운 시도였기에 우려가 컸으나 예상을 깨고 흥행에 성공했다.

가수 김민교가 부른 주제가도 함께 발표돼 인기를 보탰다.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건다”는 내용을 담은 주제가 ‘마지막 승부’는 KBS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우승하고 70만장의 음반 판매량을 올리며 대성공을 거뒀다.

김민교는 건국대학교 체육대학 출신으로 학교 밴드 ‘옥슨’의 가수로 활동하다가 1989년 MBC ‘강변가요제’에 출전해 금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5년 만에 ‘마지막 승부’로 기회를 잡은 것인데 체대 출신이었던 그가 가수로 전향해 스포츠 드라마 주제곡을 불렀으니 감회가 남달랐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업계 관행상 김민교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거의 없었다. 후속곡도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암 판정까지 받아 한동안 가수 생활을 접었다. 지금 그는 트로트로 눈을 돌려 가수 이병철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재기를 꿈꾸고 있다.

당시 스타 선수의 명암도 보인다. 서장훈·허재·현주엽 등은 각종 예능 방송에 출연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장신 선수 한기범은 희소병에 걸렸다가 재활에 성공했고 전자 슈터 김현준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하나의 노래를 둘러싼 여러 사람의 흥망성쇠를 보면서 <주역>이 말하는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를 떠올린다. 인생은 한번 좋으면 한번 나쁜 일이 있다는 뜻이다. 잘 풀린다고 너무 즐거워하지 말며 안 풀린다고 우울할 필요도 없다. 영원한 것은 없으니 말이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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