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디지털 장벽의 늪

김소진 2023. 2. 1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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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이 저금리정책 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은 방법은 컴퓨터(PC)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신청하는 것뿐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HF)는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만 60세 이상 고령층에게 '원격신청 지원서비스'를 권유한다.

우선 현장을 방문해 신청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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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층이 저금리정책 금융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을 신청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은행을 방문하면 된다는 생각이 떠오르지만, 농촌 혹은 지방에 사는 고령층에게는 쉽지 않다. 특례보금자리론은 SC제일은행 창구에서만 신청할 수 있는데, 수도권과 특·광역시가 아닌 지역의 점포는 20여곳에 불과하다.

남은 방법은 컴퓨터(PC)나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로 신청하는 것뿐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HF)는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은 만 60세 이상 고령층에게 ‘원격신청 지원서비스’를 권유한다. 이름도 낯선 이 서비스는 주금공 담당자가 고령자와 전화·문자 등으로 소통해 신청을 돕는 제도다. 이용방법도 어렵게 느껴지지만, 더 큰 문제는 신청방식이다. 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주금공 누리집이나 애플리케이션(앱) 등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야 한다. ‘디지털’이 익숙하지 않아 도움을 받으려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야만 하는 장벽에 또 한번 부딪힌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으로만 신청할 수 있는 지원제도가 크게 늘었다. 콜센터에서 접수하는 기관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상담인력이 확 줄어 전화 연결이 어려워졌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게 지난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에서 지급했던 방역지원금·손실보상금이 대표적이다. 직접 방문해 신청하려면 누리집이나 콜센터를 통해 예약해야 했다. 하지만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병)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소진공 콜센터 응대율은 17.2%에 불과했다. 여섯번은 전화를 걸어야 겨우 한번 연결되는 셈이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으로 고령층은 디지털 소외를 넘어 기본적인 권리까지 침해받고 있다. 우선 현장을 방문해 신청할 수 있는 창구를 확대하고, 장기적으로는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활용 도우미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고령층이 행정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고령자가 거주지에서 심리적·물리적으로 가까운 사람에게 정보기술을 배우는 식이다. 한국도 고령층이 각종 지원제도를 쉽게 접하고, 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용복지센터 앞에서 몇시간씩 무작정 줄 서서 기다렸다가 ‘지원금 대상자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듣고 허탈하게 돌아서는 고령층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원 대상 여부 확인부터 신청까지 인터넷을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편하게만 느껴질 디지털 세상 속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자화상을 더이상 묵과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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