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이 시대에 우리가 살아남는 법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2023. 2.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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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에서 개성 강한 여러 청년농부가 모여 청년영농조합 '뭐하농'을 열었고, 그 기회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관심도 받을 수 있었다.

분명 누군가는 우리가 참 운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터다.

코로나19로 인해 농산물의 가장 큰 수요처였던 외식산업이 얼어붙었고, 유기농산물을 크게 소비하던 학교급식도 올스톱 됐다.

농사라는 생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나갈 수밖에 없는 비용이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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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에서 개성 강한 여러 청년농부가 모여 청년영농조합 ‘뭐하농’을 열었고, 그 기회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관심도 받을 수 있었다. 분명 누군가는 우리가 참 운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할 터다. 그러나 이번 겨울이 우리에게 생존을 위협할 만큼 춥고 매섭게 느껴졌다면 사람들은 뭐라 생각할까?

농민에게 최근 몇년간은 엄혹한 현실의 연속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농산물의 가장 큰 수요처였던 외식산업이 얼어붙었고, 유기농산물을 크게 소비하던 학교급식도 올스톱 됐다. 그뿐인가. 공급망 이슈는 연이어 터졌다. 코로나19로 물류대란이 일어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종 비료와 난방비 등 제반 비용이 치솟는 실정이다. 도시민은 난방비 때문에 갑자기 오른 고지서를 보고 놀랄 테지만 농민은 높아진 제반 비용 고지서를 보고 조용히 가슴을 친다. 농사라는 생업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나갈 수밖에 없는 비용이라서다.

인건비·유류비·농자재값 등 생산비는 치솟고 소비심리는 위축됐다. 1년 사이에 한우농가 2000곳이 사육을 포기했다는 말도 들려온다. 정돈된 글로 쓰인 뉴스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현실에서 매일 느끼는 농업분야의 어려움이다. 정말이지 농민은 막다른 벽 앞에 서 있다.

실제로 우리 집을 포함한 많은 농민이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통 한해의 갈무리가 끝난 후 12월과 1월은 농한기지만 먹고살려면 농민은 쉴 새가 없다. 농번기에는 숨 가쁘게 자라나는 농작물 속도에 맞추느라 주말 없이 일하고, 농한기에는 쑥쑥 자라나는 내 어린 자식들을 먹이느라 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농작물을 재배해 얻는 소출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영 빠듯해 우리 집을 포함해 주변의 청년농부 여럿은 먹고살기 위한 단기 일자리 찾기에 매달려야만 했다. 이번 겨울 추위는 참으로 매섭고 슬펐다.

바야흐로 어느덧 입춘을 지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올랐고, 농어업고용인력지원 특별법 제정안이 통과되는 등 농업과 관계된 이슈들이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소식을 마냥 반갑게만 받아들일 여유가 있는 청년농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싶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귀농은 트렌드였다. 방송에서도 매번 화젯거리였을 만큼 귀농 열풍이 일었고 수많은 지원정책이 나왔다. 하지만 농어촌은 여전히 쇠락하고 있다. 귀농을 장려하는 만큼 귀농인에 대한 기반 마련과 더불어 기반 유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정책이 대체 얼마나 될까? 통계자료를 보면 매년 귀농·귀촌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지만 10년 뒤에도 역귀농하지 않고 농업을 생업으로 지역에 안착하는 귀농 인구가 몇이나 될까?

귀농 인구에 대한 지원정책이 많아 예전보다 농사짓고 살기 좋아졌다고 한다. 임신·출산·육아 지원이 많아져 아이 키우기 좋겠다고 한다. 귀농한 지 8년째, 2년 터울로 낳은 삼남매를 육아 중인 필자가 자주 듣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는 올해를 농업인으로서 마지막 해라고 생각하고 하늘과 땅 앞에 사활을 걸어보려고 한다. 이 시대에 청년이자 귀농인으로 우리가 살아남는 법은 어디에 있을까?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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