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노인 무임승차와 지자체의 책무

관리자 2023. 2. 1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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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르게 오르는 공공요금으로 한해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만 한다.

최근 서울시가 교통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노인 무임승차 제도 유지비용을 중앙정부도 분담하길 요청한 것이 구체적 사례다.

노인 무임승차를 포함한 교통요금 결정은 대중교통 서비스 정책 영역에 속하며 지자체에 주된 권한과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노인 무임승차 대상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관련법 규정의 보완을 요청하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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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하철·버스비 인상예정
“운영비용 분담” 중앙정부에 요청
요금정상화 시기놓쳐 생긴 적자
국민 세금으로 메우는 건 부당
제도 보완 등 자구책 마련 먼저
국고 보조, 부채이자 보전 정도만

가파르게 오르는 공공요금으로 한해 살림살이에 대한 걱정이 커지기만 한다. 여기에 더해 올봄부터 대중교통 요금마저 대폭 인상될 예정이라 가계의 생계비 부담은 가히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국민의 불만이 거세짐에 따라 민심에 예민한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좌불안석이다. 물가 불안 요소를 경계해야 하는 정부도 요금 인상폭에 긴장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누구도 반기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는 항상 그렇듯 책임 소재에 관한 공방이 등장한다. 최근 서울시가 교통요금 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가운데 노인 무임승차 제도 유지비용을 중앙정부도 분담하길 요청한 것이 구체적 사례다.

노인 무임승차 제도는 1980년대 중반 중앙정부 결정에 따라 도입돼 만 65세 이상 모든 고령자에게 보편적으로 혜택이 제공된다. 이를 근거로 서울시는 한해 2000억원이 넘는 운영비용을 정부가 보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노인 무임승차로 서울교통공사 적자가 30%가량 확대됐다는 점을 강조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로부터 손실 보전을 위한 예산을 끌어내기도 했으나 본회의 처리 과정에서 삭감된 바 있다.

고물가 상황에서 교통요금 인상폭 최소화는 서민생계에도 도움이 되기에 국가의 재정을 동원하자는 주장이 긍정적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재정 여력이 있는 대도시의 교통요금마저 그 일부를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자는 것은 국가와 지방 재정 운용의 기본을 무시한 주장으로 동의할 수 없다. 한 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비용은 해당 지역 구성원이 부담하는 게 대원칙이다. 우리나라 광역시·도는 노인의 교통 서비스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충분하다. 또 경제 개발 초기에 어려움을 딛고 성장 기반을 마련해준 노인 세대에 대한 존중과 보상 차원에서 우리 사회가 지역 내 고령자에게 교통요금 감면 혜택을 기꺼이 제공할 의사도 부족하지 않다. 하지만 타지 구성원의 세금을 빌어와 내 지역 노인들을 돕겠다는 주장이 합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인 무임승차를 포함한 교통요금 결정은 대중교통 서비스 정책 영역에 속하며 지자체에 주된 권한과 책임이 있다. 제도 도입 이후 40여년이 흐른 지금, 특정 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에 국가 차원의 재정 지원을 새롭게 투입하려면 정책적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 형평성 논리에 따라 이러한 국비 지원은 곧 전국적으로 확대되기 마련이어서 재원이 낭비되기 십상이다. 대중교통 서비스가 아예 제공되지 않는 지역 입장에서는 역차별 문제마저 발생한다.

교통공사 적자의 주된 책임이 마치 노인 무임승차에 있는 것처럼 모는 것 역시 올바른 처사가 아니다. 지방 공기업 인사와 경영에 대한 권한을 행사해온 지자체가 재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요금 정상화를 통해 적자를 해소할 기회가 많았음에도 지금껏 미뤄진 것은 온전히 지자체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호시절에 지방 공기업 운영과 관련한 권한을 누린 지자체가 어려운 시기가 다가오자 중앙정부의 공동책임을 제기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이 과정에서 주된 정치적 이익을 얻는 주체가 지자체인지 중앙정부인지는 물론 국민이 판단할 몫이다.

재정 정상화 시기를 놓쳐서 발생한 적자를 해소하려면 국고를 통한 재정 분담 요청에 앞서 지자체가 먼저 자구 노력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 노인 무임승차 대상을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정부에 관련법 규정의 보완을 요청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 교통요금 인상폭을 줄이기 위해 정부 협조가 정말 필요하다면 요금 정상화까지 발생하는 적자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만을 보전받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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