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 오픈AI 끝이 디스토피아는 아니길

송현주 2023. 2. 13. 05: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최근 ‘오픈AI’가 공개한 대화형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 ‘챗GPT’가 전 세계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에 대해 막연하게만 생각하던 사람들도 단 몇번의 경험에서 놀라움을 느낀 이유는 챗봇이 내놓은 결과가 상상 이상으로 훌륭하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인 경험도 다르지 않았는데, 취미 활동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기대 이상의 모범적이고 전문적인 답변을 얻었다. 관련 업계의 반응은 더 확실하다. 한걸음 뒤처진 구글은 비상이 걸렸고 ‘오픈AI’에 10억달러를 투자했고 100억달러 규모 파트너십을 맺은 마이크로소프트는 여유가 넘친다. 주가도 요동쳤고 투자자들은 관련주 찾기에 열심이다. 사용자들과 시장의 관심이 너무 뜨거워지자 개발 책임자가 부작용을 규제할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예외적이다. 그들은 기술의 부작용을 은폐하거나 축소해 규제를 피하려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이다.

기술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인공지능의 오류다. 챗봇이 내놓은 그럴듯한 대답이 실제로는 허위 자료를 학습한 결과라면 잘못된 정보가 급속도로 확산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제기되어 온 걱정이다. 그래서인지 과소평가하지는 않지만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반면 이점은 분명하고 현실적이다. 안으로 굽은 팔이겠지만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챗GPT 같은 프로그램이 업무를 효율화할 것이며, 특히 의료와 교육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본격화되지도 않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직장인들이 경험한 챗GPT의 놀라운 업무 실적이 무수히 올라와있다. 기업 임원인 동창에게 들은 이야기를 전하자면, 부하 직원에게 영문 위임장을 써오라고 했더니 기대 이상으로 근사하게 뽑아 왔다고 한다. 영어를 이렇게 잘했었나 생각하던 차에 부하 직원이 챗GPT의 도움을 받았다고 실토했단다. 빌게이츠의 말처럼 사람들은 앞으로 인공지능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기술자들과는 다른 우려가 있다. 그동안 그 일을 해오던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해야 되나? 한 전문가는 단순 사무직 일자리는 곧 대체될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무직 노동자의 영역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자료 취합과 분석, 추론과 직관을 더한 전망 제시를 포함하고 있다. 챗GPT가 매우 잘 해내고 있는 작업이다. 챗GPT를 경험한 직장인들이 놀라움과 함께 당혹감을 느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여러 영역에서 그 전조가 나타나고 있는데, 조금 과장하자면 3억명으로 추산되는 전 세계 사무직 노동자 중 2억9000만 정도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누군가는 챗GPT와 관련해 선택을 했다. 먼저 기존 질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거나 지연하는 방식이다. 다수 학교에서 챗GPT를 활용한 과제, 시험 답안 작성을 금지한 것이 한 사례다. 인공지능 기반 법률 서비스에 대한 법조계의 반대도 익히 알려진 일이다. 또 다른 방식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람이 인공지능을 뛰어 넘는 전문성과 직관, 창의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명문 경영대학원인 미국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의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챗GPT 사용을 허용했다고 한다. 챗GPT에게 맡길 일은 맡기고 학생들은 그것을 넘어서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라는 취지다. 자신감 넘치고 진취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선택인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뛰어 넘는 전문성과 직관, 창의성을 갖출 수 있는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사회적 논의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고 가까운 시간 내에 누군가 딱 부러진 해답을 제시해 줄 것 같지도 않다. 그냥 기술은 자기 논리를 따라 발전하고 자본주의 사회는 이윤을 좇아 그 기술에 적응할 것만 같다. 다만 그 끝이 디스토피아가 아니길 바란다. 소설을 쓰고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망상일 뿐이라고 믿고 싶다. 그나마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인간을 지배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은 늦출 수 있지 않을까.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