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전두환 유산과의 불편한 결별[광화문]
노령인구 지하철 무임승차,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 등 민감한 이슈가 연일 불거지고 정치.사회적 갈등이 이어지면서 계속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2021년 11월 세상을 떠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바로 그 사람이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가 시작된 시점은 1984년, 유아교육기관(유치원)과 보육시설(당시로는 새마을유아원)이 이원화된 것은 1982년. 모든 전두환 재임기인 5공화국때였다.
먼저 1982년 당시 전두환 정부는 탁아소, 어린이집, 기타 민간시설 등 영유아 보육시설을 새마을유아원으로 통합했고 그 결과 교육과 보육기관이 사실상 유치원과 새마을유아원으로 나뉘어지게 됐다. 한해 앞선 1981년 수립된 '유아교육진흥종합계획'에 따라 유치원 취학률을 38%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세워졌고 유치원 운영과 관련된 규제완화도 뒤따랐다. 5공이 끝난뒤 여러 비리가 드러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전경환씨)이 관여한 새마을운동 관련 외형을 불리는데도 '새마을'유아원은 그럴듯한 구실을 제공했다. 새마을을 뗀 유아원은 수십년 세월이 지나며 어린이집으로 자리잡았고 보육의 또다른 축으로 기능하게 됐다.
과거에는 어린이집이 주로 장시간 보육을 하고, 유치원은 일과시간 교육에 집중한다는 차이점이 있었지만 보육시간 확대와 돌봄강화 등으로 장벽이 허물어지게 됐다. 1982년부터 시작돼 40년간 꼬일 대로 꼬인 난제의 시작은 정통성 부족으로 어떤 식으로든 민심을 얻어야할 전두환 집권기 인기영합 정책이었던 것이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료탑승은 그늘이 더 짙다.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가 시작된 것은 1984년 5월 23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노인 복지 향상과 경로사상을 높이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들의 지하철 운임을 면제토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고 서울시가 이같은 하명을 빈틈없이 이행한 것이다. 당시에는 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등 정권의 지상목표라 할만한 굵직한 스포츠이벤트가 예정돼 있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하철 2호선 완공, 한강변 종합개발 등 기반시설 사업이 줄을 잇고 있었다.
2호선의 완전개통을 축하하는 기념행사 성격에 더해 당시 무임승차의 대상인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3.8%에 지나지 않고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만 지하철이 있었던 것도 거침없는 전두환식 민심 구슬리기 정책 중 효과가 짭짤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무임승차의 근거가 된 노인복지종합계획(1982년1월 대통령 보고) 입안 당시 대한노인회를 이끌던 이가 전두환 대통령의 장인인 이규동 회장이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베이비붐 세대(1955~1974년, 한국교원대 김태헌 교수 '우리나라 인구전개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의미' 보고서)의 자녀들이 커나가던 1980 ~ 90년대와 지하철이 서울과 수도권에서 그물망처럼 이어지고 부산, 대구, 광주, 대전 등으로 선로가 뻗어나가던 시대에 전두환 시대의 흔적이 나쁜 쪽으로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65세 이상 고령인구(통계청 추계)가 2024년에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40여년전의 유산을 고집할 것만은 아니다. 학교와 유치원은 교육부, 어린이집은 복지부 소관이라며 각각 눈치를 보고 심지어 학교에 다니지 않는 어린이, 청소년은 여성가족부(지방자치단체 등 소관)몫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상황에서는 대수술이 더더욱 불가피하다.
범위를 넓혀보면 5공 이후 노태우 대통령 집권기부터인 6공화국도 사실상 5공화국 아래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여야가 협상해 마련한 헌법에 기초해 있다. 정치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제도 7년 단임제였던 5공 헌법과 떼놓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물며 가정에서 공교육(보육) 체계로 들어가는 첫 관문과 노년에 이동을 위한 전제인 교통수단 관련 내용이 모두 전두환 5공의 흔적과 겹쳐지는 것이다. 전향적인 논의를 시작할 시점이 충분히 지났다. 마침 전두환씨가 대통령에서 퇴임한 날(1988년2월25일)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다.
배성민 기자 baesm1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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