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기적'… 생후 1주일 아야(Aya)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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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그 전에 생존해계신 종조부(아버지의 삼촌)님이 너를 데리러 오고 계시다니 다행이야.
너의 이름처럼 네가 태어난 세상에 기적처럼 평화가 내리길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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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아야(Aya).' 네가 태어난 지난 6일 세상은 온통 흔들렸다.
엄마 뱃속에서 나온 아기는 울음으로 탄생을 알리지. 하지만 네가 울던 그 시간, 네 울음은 세상의 흔들림 속에 3시간 동안 묻혔지. 고요한 새벽을 강타한 규모 7.8의 강진. 얼마나 무섭고 추웠을까.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만삭인 엄마는 마지막 힘을 짜내 너를 세상 밖으로 보냈다.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탯줄이 달린 채 발견된 너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지. 병원에 옮겨졌을 때 네 몸 곳곳엔 멍이 있었고 너는 숨쉬기도 힘들어했어. 지금은 안정된 상태라는 소식에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병원 의료진은 네게 아랍어로 신의 계시, 기적을 뜻하는 '아야'(Aya)라는 이름을 붙여줬지. 네가 치료받고 있는 시리아 아프린의 어린이병원엔 생후 4개월 된 딸을 둔 칼리드 아티아 박사님이 계셔서 네게 젖을 먹이고 있다는 얘기에 또 한 번 기적이라는 네 이름을 실감했단다.
아야, 태어나자마자 온 가족을 잃은 네게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을까. 네 소식을 듣고 많은 어른들이 너를 입양하고 싶다고 병원에 연락했단다. 그 전에 생존해계신 종조부(아버지의 삼촌)님이 너를 데리러 오고 계시다니 다행이야.
하지만 아직 너무나 작고 여린 네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어른인 나조차 가늠하기 어렵구나. 네 고향 시리아의 진데리스에서는 아직도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가족과 친척을 찾고 있어. 골든타임이 지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최대 20만명이 건물 잔해 아래 깔려있다고 해.
이번 지진으로 지금까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2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었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망자(1만8500명)보다 많은 수치야. 하지만 지진보다 더 무서운 건 어른들의 냉혹함일지 몰라.
이번 지진 전에도 시리아 북서부는 정부군의 공습으로 이미 도시 기능이 마비됐지. 여기에 지진까지 겹치니 무너진 건물에서 생존자를 찾아도 정작 꺼내지 못하는 참담함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단다. 구조받지 못한 생존자들은 구조 대원에게 소중한 이들의 이름을 알리며 유언을 남기고 있어.
네가 있는 진데리스도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이교도를 상대로 한 이슬람 전쟁) 동맹과 튀르키예가 지원하는 반군 파벌이 점령하고 있어. 2011년 이후 이어진 내전으로 시리아는 지진 발생 전에도 410만명이 국제기구의 지원에 의존해왔어. 구조 작업은 정부가 아닌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이 주도하고 있지. 주민 대부분은 아이들과 여성이야. 도시는 90%가 파괴됐어.
그동안 UN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국경통제소 바브 알하와를 통해 매달 튀르키예에서 구호물자가 들어왔지만 이번 지진으로 이 통로도 파손됐어. 지진 발생 나흘 만에야 UN의 구호 물자가 도착했지만 너무 늦게, 또 적게 도착했다는 지적이 쇄도하고 있어.
아야, 생후 7일째. 얕은 숨을 뱉기도 힘든 네게 어른들은 너무 잔인한 생존 전쟁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다. 너의 이름처럼 네가 태어난 세상에 기적처럼 평화가 내리길 기도할게.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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