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MZ세대와 인비저블 핸드

차동욱 동의대 행정정책학과 교수 2023. 2.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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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동욱 동의대 행정정책학과 교수

요즘 젊은 층을 MZ 세대라고 한다. 도대체 어느 정도의 연령대가 젊은 세대인지는 세대마다 정의가 다르다. 80대에 돌아가신 분의 장례식장에 조문 온 90대의 지인들이 왜 이렇게 빨리 갔느냐고, 이렇게 젊은데 요절했다고 안타까워한다는 농담 아닌 농담도 돌아다니고 있다. 여하튼 MZ 세대는 밀레니엄(millennium) 세대와 Z 세대를 결합한 말이다. 밀레니엄 세대는 대략 1980년에서 1999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다고 한다. 2023년 현재 24세 이상 43세 이하의 세대를 말한다. Z 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지칭한다. 밀레니엄 세대와 겹치는 부분을 빼면, 대략 15세부터 23세까지의 연령대이다. 그렇다면 15세부터 43세까지가 MZ 세대다. 43세의 부모가 28세에 출산을 했으면 그 자녀가 15세이다. 부모와 자식이 한 세대라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세대’라는 개념이 한 사람이 태어나 자식을 출산할 때까지의 기간을 의미하고 그 기간이 30년이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MZ 세대에 대한 정의는 논리적으로 타당한 것이다. 그래도 좀 이상하기는 하다.

필자가 관찰해 온 MZ 세대는 특히 20대 초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젊은이들이다. 앞으로 MZ의 젊은 세대라 부르겠다. 이들은 자신들을 유사한 특징을 가진 하나의 집단으로 구분해 내는 것을 싫어한다. 각자가 너무나 개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 일명 MBTI라고 불리는 성격유형 검사의 결과를 자기 스스로와 상대방을 파악하는 결정적인 단서로 신뢰한다. 관상 사주팔자는 안 믿는다. MBTI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믿는다. 너무나 개성이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집단으로 묶이는 것은 싫어하지만, MBTI가 제시하는 유형화는 받아들인다.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상하다. 사주와 MBTI는 뭐가 다른가?

사주와 MBTI는 분명 다르다. 사주는 이름·생년월일을 역술가에게 주고 역술가가 다 풀어서 설명해 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MBTI는 많은 질문에 내가 답하면서 내 성격이 결정된다. 이름과 생년월일은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MBTI의 결과는 내 대답에 의해 정해진다.

정확히 세대를 구분하기는 힘들지만, 필자가 속하는 50대 이상의 세대는, 개인의 생각을 전체의 생각에 맞추는 것에 익숙했다. 문제는 전체의 생각을 누가 정하는 가이다. 그 누군가가 빅브라더(Big Brother)라도 괜찮은가? 중장년 세대는 빅브라더에 대한 향수가 있다. 자신이 진보 또는 좌파 진영에 속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수 또는 우파 진영의 사람들만 빅브라더를 좋아한다거나 독재를 좋아한다고 강변하겠지만, 각 진영 모두 그들만의 빅브라더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필자는 관찰하고 경험해 왔다.

MZ의 젊은 세대는 자신의 삶에 남이 의도적으로 간섭하는 것을 싫어한다. 남의 삶에 간섭하기 위해 잔소리를 하는 사람들을 꼰대라고 부른다. 나이가 많다고 꼰대가 아니다. 여기서 중장년 세대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중장년 세대는 남의 잔소리를 가르침 또는 교훈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필자가 관찰해 온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 MZ 세대에게 잔소리는 그냥 꼰대질이다. 젊은 세대는 빅브라더를 아주 싫어한다. 그렇다고 MZ 세대가 전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MZ의 젊은 세대는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전체를 좋아한다. SNS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뽐내지만, 전체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두려워한다. 모두가 가는 유명 카페에 가서 자신만의 개성을 발휘한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리고 많은 사람이 칭찬해 주기를 바란다. MZ의 젊은 세대가 속하고 싶어 하는 전체는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인비저블 핸드(invisible hand)가 만들어내는 전체이다. 빅브라더가 간섭하고 만드는 전체가 아니다. 수많은 사람이 참가하여 각자의 이기심과 뽐내기로 만들어가는 전체이다. 나만의 상품을 수많은 사람으로부터 평가받는 전체이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중장년 정치인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고자 젊은 세대 따라 하기를 한다. 꼴불견이다. 젊은이들은 그런 정치인들의 행동을 극혐이라 부른다.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어 그들의 마음을 사고 싶다면, 따라 하기가 아닌 나 자신만의 뽐내기와 상품성으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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