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조선강국에 맞게 ‘안전 위상’도 높이자

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 2023. 2.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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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석 중소조선연구원 원장

긴 불황에서 깨어난 조선업이 계묘년에도 순항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전 세계 발주량의 37%인 1559만 CGT를 수주했다. 고부가·친환경 선박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대형 LNG선과 컨테이너·유조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과 LNG·메탄올·LPG·전기로 추진되는 친환경 선박 분야 모두에서 발주량 50% 이상을 수주했다.

전망도 밝다. 조선해운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고부가 가치 선박의 발주가 지속되고 중장기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등 조선강국인 우리나라가 경쟁국과 글로벌 격차를 더 확대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을 중심으로 미래 선박시장 기술 경쟁력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치열해지는 세계 기술패권 경쟁에 대응하고 조선강국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선결돼야 하는 과제 중 하나는 안전한 작업 환경 구축이다.

조선업은 많은 인력이 참여하는 기술·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특히 생산 현장에서는 고소 작업과 밀폐 공간 작업, 화기 이용 등 숙련을 필요로 하는 고위험 작업이 많아 사고 발생 가능성도 매우 크다. 재해 예방에 최선을 다하지만 안전사고는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사망사고를 살펴보면 떨어짐이 27%, 끼임 19%, 맞음 16%로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이는 조선업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정부는 생산인력 확보를 위한 조선업계의 요청을 반영해 용접공 도장공에 대한 연간 외국인 쿼터제를 폐지하고, 고용업체 업력 기준을 3년에서 1년으로 완화하는 등 외국인력 비자 제도를 개편했다. 비자 발급 등 국내 절차를 1개월로 단축하고 외국인력 도입 비율을 30%까지 확대하는 등 적극 지원한다. 이달 중 외국인 인력이 본격적으로 투입될 예정이며, 외국인 기능인력(E-7)과 조선 분야 저숙련 인력(E-9) 자격을 가진 외국인력 2000여 명이 조선업 현장에 배치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중소 조선소 협력사 등에 외국인 미숙련 인력이 투입되면 낯선 작업 환경과 소통의 어려움, 안전 수칙 미숙지 가능성 등으로 사고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안정적인 생산물량 확보가 어려운 협력사의 경우 미숙련 인력의 비중이 크다. 지난 10년간 통계를 보면 협력사의 사망 사고자는 전체의 82.5%를 차지한다. 협력사의 미숙련 인력과 외국인 인력 증가로 생산현장의 위험 가능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이는 조선산업의 미래에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따라서 조선업의 중대재해 예방체계 확립을 위한 조치는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조선업 안전관리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제도 개선은 물론 재직자의 인식 개선과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첨단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보급하는 일이 필요하다. 정부는 산업안전 분야의 최우선 국정과제로 중대재해 감축을 선정해 안전한 작업현장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중소조선연구원 등과 함께 중소조선소의 안전한 작업환경 구축을 위한 기술지원사업 등 안전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런 사업으로 대형 조선소뿐만 아니라 사내·외 협력사, 중소조선소, 기자재업체까지 일관되고 체계화된 안전보건 시스템이 구축되고, 더해 작업자의 의식과 안전 문화가 확산되면 조선업 중대재해 예방은 물론 안전한 조선소 구축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과거 조선업은 건설업과 함께 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높은 업종으로 인식돼 정부와 조선사가 재해예방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1년 조선업의 산업재해자 수는 사망자 40명, 재해자 3125명을 기록했다. 세계 최고의 설계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현주소다. 이제는 조선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첨단 기술력과 생산 효율성뿐만 아니라 안전하고 스마트한 작업 환경으로 확대해야 한다. 미래의 젊은 인재가 조선산업을 이끌 수 있도록 산업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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