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연례행사처럼 된 추경, 과연 올해 꼭 필요한가

박희창 경제부 기자 2023. 2.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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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국회의원들 입에 오르내렸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은 최근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친전을 보내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일어났을 때 편성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추경 편성은 득보단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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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지난해 12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국회의원들 입에 오르내렸다. 예산안 대치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수정안을 단독 처리하겠다며 나섰을 때였다. 야당 단독 수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면 정부가 국회에 보낸 예산안에서 감액만 가능했다. 흔히 ‘쪽지 예산’이라 불리며 의원 요구로 증액돼 온 지역 사업 예산은 넣을 수가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 추경이었다. 민주당 자체 수정안에 담지 못한 지역 사업 예산은 올해 초 추경을 통해 반영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관가에선 “국가재정법상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왔다.

해가 바뀌어 2월이 돼도 국회에선 계속 추경이 거론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은 최근 여야 국회의원 모두에게 친전을 보내 추경 편성을 제안했다. 그는 “에너지 요금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 등 민생위기 극복 추경이 필요하다”며 “올해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현재 예산은 시급히 수정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조 원의 추경 편성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추경이 쉽게 꺼내 쓸 수 있는 카드가 된 데에는 ‘경험’이 자리 잡고 있다.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추경이 편성되지 않은 해는 딱 다섯 번뿐이다. 나머지 열여덟 해는 늘 추경이 편성됐다. 2020년에는 네 차례 편성되는 등 실제로 편성된 횟수를 세어 보면 23년 동안 추경은 스물다섯 번이나 이뤄졌다. 예외적인 상황에 짜도록 한 추경을 편성하지 않은 연도가 ‘예외적인 해’가 돼버린 것이다.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경우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걸 감안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추경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가 일어났을 때 편성할 수 있다. 또 경기 침체와 대량 실업 등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도 편성 가능하다. 이들에 해당하는 경우가 2000년대 들어 스물다섯 번이나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 요건에 맞지 않더라도 정치적 합의를 통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럽다.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관가의 반응이 실제 현실과 동떨어진 말일 수도 있는 셈이다.

하지만 올해 추경 편성은 득보단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은 지난달 사상 최초로 7차례 연속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런 와중에 추경을 통해 또 시중에 돈을 풀면 물가 상승 압력은 커진다. 1월 물가는 1년 전보다 5.2% 뛰며 9개월째 5% 넘는 상승 폭을 이어갔다. 빚을 내 추경에 나서면 이미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 비율은 악화된다.

국내 경기 둔화가 더 또렷해지면 추경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추경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세계잉여금이 지난해 6조 원 발생하면서 정부의 부담도 줄었다. ‘난방비 폭탄’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을 위해 지원을 늘렸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미 짠 예산이 효과적으로 쓰이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추경이라는 쉬운 선택만 다 같이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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