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세상] 언론장악 아닌 미디어공공성 강화에 나서야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2023. 2. 1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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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미디어 정책에서 중심 의제는 무엇이어야 할까? 급변하는 미디어의 영향 속에서 정파적 양극화, 사회적 편견의 심화가 진행됐고 우리 사회는 두 조각 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분된 사회를 치유하고 합리적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공론장은 부재하고, 일부에서는 그 개념조차 구시대의 산물인 것처럼 여긴다. 공론장의 구축을 얘기하는 것은 현실 가능하지도 않고 심지어 바람직한 것이 아닌 것처럼 간주하는 태도가 만연해 있다. 반면 우리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여야 함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합리적 논의가 가능한 공론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성립 가능할지 의문이다. ‘시민이 주권자로서 적극 참여하는 공론장’이 부재한 민주주의는 껍데기만 민주주의일 뿐이다. 미디어 정책은 바로 공론장의 구축 즉 미디어공공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역행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방송사를 탄압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윤석열 정부에서 반복될 거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KBS, 방송통신위원회의 장기적인 감사, 검찰 수사 의뢰 등 일련의 과정이 방송통신위원장 사퇴, 공영방송의 이사진 구성 변경 그리고 공영방송 사장 교체로 이어지는 일련의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야기한다.

대통령(실)은 MBC와 대립각을 세웠다. 보도와 프로그램에 불만을 제기하고, 대통령 순방이라는 중요한 행사의 취재기회를 박탈했다. 더 나아가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것을 빌미로 그렇게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 강조했던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을 중단했다. 우호적으로 보도하라는 언론의 ‘정권 보도 지침’을 제시한 것인가. 미디어의 공론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은 부재하고 그나마 작동 중인 최소한의 미디어의 공공성 기반조차 파괴할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공영방송 침탈이 있었던 ‘잃어버린 10년’이 가져온 폐해는 저항하다 해직 또는 좌천당했던 공영방송 구성원들의 피해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적 기능을 수행할 공영방송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 커다란 사회적 손실이었다. 그리고 그 당시 구조화된 언론 신뢰도 약화는 심화되는 정파적 양극화 현상과 결합하여 좀체 회복되지 않고 있다.

사실 지금 미디어공공성의 파괴는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정부의 탄압을 별개로 하더라도 사적 자본이 언론을 소유하거나 개입하면서 발생하는 공공성 파괴 사례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사적 자본이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심각하게 편집권을 침탈했다. 대주주에게 불리한 기사를 삭제하고, 대주주에게 유리한 보도를 강요한다. 더 나아가 언론사의 위력을 동원하거나 언론사의 자산을 사용하여 대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태 즉 언론의 사유화가 벌어지고 있다. 그래서 국회에는 언론사 인수 후 편집권 침해를 방지하는 신문법안이 제출되어 있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책을 고민하는지 의문이다. 외려 공기업이 대주주인 준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는 YTN을 사적 자본에 매각하라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방침이고 그렇게 진행 중이다. 사영화 또는 사유화를 정부가 부추기고 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 여당에 묻고 싶다. 도대체 민주주의를 뭐라고 생각하는지, 민주주의 유지를 위한 미디어의 공적 기능의 필요성에 동의하는지, 미디어의 공적 기능 유지에 언론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미디어 공공성 유지·강화를 위해 정부·여당이 생각하는 정책은 무엇인지. 지금은 정부가 미디어의 형식, 위상, 역량 등을 고려하여 미디어별 사회적 책무를 고민하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그 책무 수행에 필요한 조건을 형성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제도화에 적극 나서야 할 시기다. 언론 장악이 아니라.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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