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49] 드레스덴 폭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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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토마소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는 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들도 친숙한, 바흐 이전 시대의 서양 클래식 음악 중 가장 대중적인 레퍼토리 중 하나다. 하지만 1708년경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이 작품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놀랍게도 70년이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의 발견은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처절한 사건 중의 하나가 일어난 직후 바로 그 도시에서 이루어졌다.
1945년 2월 13일부터 삼일간 영국과 미국 공군의 중폭격기 1249기가 ‘엘베강의 피렌체’라고 불렸던 동부 독일의 고도(古都) 드레스덴을 무차별 폭격했다. 미영연합공군이 퍼부은 폭탄 중 거의 반은 소이탄이었고 이것은 도시를 순식간에 불바다 지옥으로 만들었다. 도심의 90%가 무너졌고 그중에는 ‘프라우엔카르헤(Frauenkirxhe)’라고 불렀던 아름다운 성모교회도 있었다. 이 건물은 60년 뒤 2005년에 완전 복원된다. 그때 불탄 거뭇거뭇한 벽돌 3800개가 사이사이에 박힌 채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이탈리아의 음악학자 레모 자초토가 역시 폭격으로 무너진 작센주립도서관 자료실을 뒤지다가 알비노니의 육필 스케치를 발견했고 미완성인 이 곡의 남은 부분을 채워서 8분 남짓한 곡을 재건한다. 1973년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던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이 곡을 머리곡으로 한 음반을 발표하면서 이 곡의 명성은 세계적인 것이 되었다.
벨기에 출신으로 유럽과 캐나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라라 파비앙은 몽환적이면서도 깊은 슬픔을 담은 이 선율에 가사를 입혀 양대륙을 강타하는 히트를 기록한다. “당신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어요/어떻게 당신에게 다가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바람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가 들려요/내 온몸에서 당신을 느껴요...(I don’t know where to find you/I don’t know how to reach you/I hear your voice in the wind/I feel you under my skin...)”
드레스덴 공습의 기적적인 생존자 중에 미군 포로로 억류 중이던 커트 보니것이 있다. 그는 전후에 특유의 허무주의적 위트로 ‘20세기의 마크 트웨인’이라 불리며 비트 제너레이션을 대표하는 작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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