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얼굴과 다르네요”… 2030 노마스크 포비아

윤진호 기자 2023. 2.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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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후 첫 주말인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 내 별마당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책을 보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로 교사 생활 4년 차를 맞은 고교 교사 이모(28)씨는 아직 학생들에게 자기 얼굴 전체를 드러낸 적이 없다. 그는 “코로나 유행 이후 새로 부임한 교사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수업해본 적이 없어서 ‘노마스크’ 수업이 어색하다”며 “마스크를 벗는 게 어딘지 쑥스러워 당분간 마스크를 쓴 채 수업하겠다는 동료 교사들도 여럿”이라고 전했다.

2년여 만에 실내 공간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지만, 여전히 실내건 실외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적잖이 눈에 띈다. 특히 대학·사회 생활을 시작한 이후 대부분 시간을 마스크와 함께 지내온 20대들 사이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생활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노(no) 마스크 포비아’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롯데멤버스가 실내마스크 해제를 앞두고 지난달 성인 남녀 22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9%가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에 반대했다. 이 중 13.7%가 ‘마스크가 없으면 어색해서’라고 답했다. 마스크 벗는 것을 불편해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사회 초년생 박모(25)씨는 최근 회식 때 얼굴을 처음 본 동료 직원이 “내가 생각한 얼굴과 다르네요”라는 말을 해서 상처를 받았다. 그는 “마스크를 쓰면 눈만 보이니까 화장을 안 한 채로 다닐 때가 많았는데, 이젠 화장을 더욱 신경 써서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외신도 주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일 “전 세계가 마스크를 벗고 있지만 한국은 민낯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불편함 때문에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 일부 여성은 마스크를 착용하면 화장을 하거나 웃을 필요가 없다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고, 마스크를 벗으면 다시 ‘꾸밈 노동’에 대한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마스크를 벗게 되면서 외모 치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뷰티 관련 업종들은 분주해지고 있다. 서울 명동 한 화장품 매장 직원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매장을 찾는 사람들이 전보다 8배가량 늘었는데, 마스크 의무 해제 후에는 더 많아졌다”며 “입술을 강조할 수 있는 색조 립스틱이나 피부 용품들을 주로 찾는다”고 했다. 뷰티 관련 병원들까지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 일부 피부과에선 ‘점 제거 100원’ ‘윤곽 주사 3000원’ ‘턱 보톡스 9000원’ 등 각종 시술 할인 행사를 내걸고 ‘노 마스크’ 특수(特需)를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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