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기억 공간

이연섭 논설위원 2023. 2.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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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대교 붕괴, 삼풍백화점 붕괴, 화성 씨랜드 화재, 대구 지하철 화재, 세월호 침몰, 이태원 압사 참사. 국민들의 뇌리에 기억되는 끔찍한 사건·사고다.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는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세우겠다고 약속하지만 비슷한 사고가 되풀이됐다.

159명이 숨지고 294명이 부상을 입은 이태원 참사가 2월5일로 100일을 맞았다.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고 다짐했건만, 또 대규모 인명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안타까운 건, 죽음을 대하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자세다. 수백명에 달하는 젊은이의 죽음,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태도가 못내 안타깝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올해로 9년, 추모공간은 아직도 첫삽을 뜨지 못했다. 진상규명이 장기화하면서 정쟁에 휘말렸다. 여기에 안산 화랑유원지에 조성될 ‘4·16 생명안전공원’은 봉안시설 유치를 반대하는 일부 주민의 반발로 표류했다. 우여곡절 끝에 추모공간은 2014년 4월16일 참사 발생 10년 만인 내년 4월 착공된다.

이런 상황이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공간은 어떻게 될까 싶다. 지난해 10월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과 시민을 위로할 수 있는 추모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하지만 현실은 갈 길이 멀다. 온전한 추모도, 진상 규명도 없이 유가족의 슬픔과 시민들의 공분만 쌓여왔다. 당장 분향소 공간 문제로 서울시와 유족 간의 갈등이 크다. 분향소가 추모의 공간이 아닌 갈등의 공간이 돼선 안 된다. 불행한 사고로 사랑하는 이를 잃은 고통, 그 부재에 대해 슬퍼하고 기억하려는 유족을 보듬으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억 공간은 참사 희생자에 대한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한 반성과 성찰, 다짐의 공간이다. 유가족은 물론 시민 모두를 위한 저장소다. 베를린에 ‘홀로코스트 메모리얼’을 세우고,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9·11메모리얼 파크’를 조성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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