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돈 바치며 청탁했던 이재명式 평화/쌍방울 공소장에서 훤히 드러났다

경기일보 2023. 2.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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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관계 개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핵심 목표였다. 그 상징적 모습이 전국 최초의 평화부지사 신설이었다. 경제부지사, 연정부지사 등으로 불리던 정무직 부지사 자리를 평화부지사로 개편했다. 이화영 전 국회의원을 임명했다. 대표적 결실로 6개 남북교류협력사업을 자랑했다. 아시아태평양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 옥류관 설치, 임진강 유역 남북 공동관리, 남북 음식 교류전, 문화·스포츠 교류 등이었다. 황해도 스마트팜 사업도 있었다.

2019년 1월17일, 경기도 자료 하나가 공개된다. 이 전 부지사의 중국 방문을 알리는 보도용 자료다. 황해도 스마트팜, 옥류관 유치 등을 북측과 협의한다고 돼 있다. ‘남북교류협력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도 관계자의 자신감도 언급돼 있다. 남북 평화를 견인해 가는 경기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재명 지사의 정치 역량을 한 단계 높여주는 좋은 소재로 쓰였다. 그런데 거기에서 돈이 오가고 있었다. 그 적나라한 모습이 검찰에서 공개됐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공소사실이다. 김 전 회장이 직접 시인한 내용이다. 이 전 부지사가 김 전 회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에 스마트팜 비용을 지급하지 않으면 경기도 대북사업이 어려워진다’. 쌍방울이 경기도를 대신해 돈을 보내 달라고 요구했다. 500만달러 가운데 200만달러를 우선 중국 선양의 한 식당에서 북측 송명철 조선아태위 부실장에게 전달했다. 그때가 2019년 1월23~24일이다. 이 전 부지사의 방중 일정과 정확히 같다.

또 있다. 이재명 전 지사 방북 논란 때다. 2019년 7월 한 언론사가 ‘이재명 지사 방북 추진’을 보도한다. 이 전 부지사가 펄쩍 뛰며 부인했다. 그러나 이 논란도 사실이었고 돈이 오갔음이 이번에 확인됐다. 바로 그달, 김 전 회장이 북측 인사를 만났다. 이 전 지사의 방북 비용 300만 달러 얘기를 들었다. 이 전 부지사와 협의했고 그해 11, 12월 역시 송명철에게 300만달러를 줬다. 방북 추진 없다던 이 전 부지사, 뒤에서 돈 주며 방북 추진하고 있었다.

쌍방울 수사는 이재명 대표의 비위를 캐기 위함이다. 모두의 관심은 수사 결과에만 가 있다. 온통 이재명의 기소·불기소만 따진다. 하지만 이와 별도로-어쩌면 그것보다 훨씬 심각하게-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정치인의 대북 평화 쇼, 거기에 동원되고 있는 뒷돈의 실태다. 경기도가 북한과의 당당한 협의를 자랑했다. 이제 보니 몰래 돈 주고 한 거였다. 북한이 초청하고 지사가 정하는 것처럼 자랑했다. 이제 보니 역시 몰래 돈 주고 한 거였다.

‘북한과 협의가 잘되고 있다’. 올바른 표현이 아니다. 협의는 대등할 때나 쓰는 말이다. 돈 바치면서 하는 건 청탁이다. 김성태 공소장 속의 남북 관계는 협의가 아니다. 스마트팜 부탁하며 500만달러 줬다. 이 지사 방북 부탁하며 300만달러 줬다. 누가 보더라도 그건 청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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