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철의 도쿄레터] 도쿄보다 20% 싼 오사카 전기료… 비결은 原電

도쿄/성호철 특파원 2023. 2. 13.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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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가동 여부로 희비 엇갈려

도쿄 스미다구에 사는 나카지마 쓰바키(40대)씨는 이달 초에 3만엔(약 30만원)이 넘는 1월 전기요금 통지서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2인 가구인 나카지마씨는 “보통 1만엔 정도였는데 아무리 겨울이라고 해도 이런 금액은 처음”이라고 했다. 주변을 살펴 보니 자신은 그래도 나은 편이었다. 트위터에는 ‘1월 전기요금 6만5554엔(약 63만4000원)’이란 인증 사진과 함께 “너무 비싼 전기요금에 어이없어 웃음이 터졌다. TV도 안 봤고, 지난달에는 3만7000엔이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은 조회 수가 1245만명에 달했고 ‘좋아요’는 3만9000명이었을 정도로 일본인들의 공감을 받았다.

30년간 물가가 오르지 않은 일본에서 전기요금의 20~30% 급등은 일본인들에겐 경험해보지 못한 끔찍한 일이다. 도쿄전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맞는 진실이다. 도쿄 주민들은 전기 요금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지만, 오사카 주민들은 전기료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현재 같은 전기량을 쓰더라도 도쿄가 오사카보다 20% 정도 요금이 더 비싸다. 도쿄와 오사카를 가른 차이는 단 하나, 원전 재가동 여부다. 도쿄전력은 가동 중인 원전이 1기도 없지만, 간사이전력은 5기를 가동하고 있다.

일본은 10개 전력회사가 지역별로 전기를 공급하는 구조다. 서로 다른 전력회사가 화력발전소·원자력발전소·풍력발전소 등 각종 발전소를 보유·운영하는 방식인데, 이전까지 전기요금이 크게 달랐던 적은 없었다. 전기요금이 정부의 통제를 받는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래 전력회사들이 대부분 사업 구조가 비슷한 측면도 컸다. 상황이 바뀐 건,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에 각 지자체의 대응이 달랐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은 57개 원전을 일단 모두 가동 중단했다. 이후 철저한 심사를 통과한 원전만 재가동하도록 했다. 지자체와 지역 주민의 허가 없이는 재가동은 불가능해 도쿄전력·도호쿠전력·홋카이도전력·주부전력·주코쿠전력 등 7개 전력회사는 지금도 원전을 1기도 재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간사이전력과 규슈전력, 시코쿠전력은 일부 지역 주민의 반발에도 합의점을 찾아가며 각각 5기와 4기, 1기를 재가동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보유 여부는 작년 일본 전력회사의 실적을 뒤흔들었다. 석유·천연가스 가격이 한때 2배 이상 치솟으면서 도쿄전력은 작년 4~12월에 6509억엔(약 6조3000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화석연료 조달 비용은 전년의 2배 이상으로 부풀었고 그만큼 적자가 커진 것이다. 도쿄전력의 화력발전 비율은 77%(2021년 기준)에 달했다. 석유·천연가스의 가격 변동에 속수무책이었다. 반면 간사이전력는 1244억엔(약 1조2000억원) 적자에 그쳤다. 화력발전의 비율이 43%인만큼, 적자도 적었던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 도쿄·오사카 간 전기 요금 차이가 훨씬 더 벌어진다는 점이다. 도쿄전력 등 7개 전력 회사는 올 1월에 정부에 27~42%의 가격 인상을 요청했다. 도쿄전력은 오는 6월 요금부터 28.6%를 인상할 예정이다. 경제산업성의 심의를 거쳐야 하지만, 원가 급증이 인상의 이유인 만큼 불허할 가능성은 낮다. 반면, 간사이전력과 규슈전력은 요금 인상을 요청하지 않았다. 간사이전력 측은 “아직 견딜 만하다”는 입장이다. 원전가동률을 1% 높이면 비용 95억엔(약 920억원)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올해는 화석연료의 비용 증가분 만큼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집계한 ‘오는 6월 전력회사별 일반 가정의 평균 전기요금’에 따르면, 오키나와전력(1만500엔), 도쿄전력(9917엔), 홋카이도전력(9899엔)이 비싼 1~3위였다. 모두 원전이 없는 지역이다. 가장 저렴한 곳은 원전을 다수 가동 중인 간사이전력(5677엔)과 규슈전력(5526엔)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같은 일본이지만, 오는 6월에는 도쿄와 오사카 주민들이 내는 전기 요금이 70%나 차이 난다”고 보도했다. 오키나와와 규슈는 전기 요금의 차이가 거의 2배로 벌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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