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류의 해양 파괴, 공해 보호구역 지정해 적극 막아야

기자 2023. 2. 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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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 누적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전편에서 숲의 경이로움을 보여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아바타: 물의 길>에서 지구 생명체를 지탱하는 ‘바다’와 ‘우리’를 이어주는 스토리를 전한다. 판도라 행성의 해안가 마을로 이주한 주인공은 고래와 날치를 닮은 생물들과 교감하며 바다와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이윽고 풍부한 생물로 가득한 판도라의 평화는 탐욕에 찬 인간의 침략으로 깨어지고 만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영화를 보는 내내 사실적인 그래픽에 감탄했지만 동시에 불편한 마음이 잇따랐다. 실제 바다의 위기는 스크린 속 장면보다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고래를 닮은 툴쿤 사냥을 위해 소음을 일으켜 청력을 손상시키는 장면은 현실과 닮아 있다. 실제로, 이윤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바다 이곳저곳에 제트기 엔진 소음의 7배에 달하는 폭발음이 울려퍼진다. 이 때문에 음파로 소통하는 고래는 청력에 큰 손상을 입어 먹이를 찾는 법도,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도 잃는다.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무분별한 상어 조업으로 지난 50년간 세계 상어 개체 수가 71% 감소했다. 매년 약 1억마리의 상어가 상업적으로 희생되고 있다. 사료부터 화장품까지 상어 제품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그 규모가 세계적으로 연간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이렇듯 무분별한 어획과 무관심 속에 상어를 비롯한 해양생물은 멸종을 향해 가고 있다.

인류 공동 자산인 공해 파괴는 더 심각하다. 공해는 전체 바다의 61%를 차지하지만 이를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 법적 규제가 없어 파괴적인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지구 생명체의 삶을 안정적으로 지탱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바다가 필수다. 훼손된 바다 회복을 위해서는 육지의 그린벨트처럼 바다에도 해양보호구역이라는 보호장치가 필요하다. 해양보호구역은 어업과 개발 등 이윤에 기반한 활동으로부터 보호받는 공간으로, 생물다양성 증진, 서식지 보호, 생태계 회복 등을 도모하는 핵심 수단이다.

지난해 12월 제15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OP15)에서 196개 참가국은 2030년까지 세계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보호구역 등으로 보전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그리고 마침내 더 이상의 바다 훼손을 막을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주어진다. 20일부터 열리는 유엔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협약 비상 회의이다. 본회의에서 강력한 글로벌 해양 조약이 체결되면 해양보호구역을 구축해 무분별한 상업적 활동을 방지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다행히 한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유엔 해양생물다양성 보전 협약 5차 회의에서 ‘글로벌 해양 조약’ 체결을 적극 지지했다. 그러나 공해 보호구역 지정은 일부 국가만의 의지로 이뤄지지 않는다. 2018년 1차 회의를 시작으로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글로벌 해양 조약 체결과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성사되려면 글로벌 리더들의 수준 높은 기후 위기 문제 인식과 해양 보전 의식이 간절히 요구된다.

바다가 소리 없이 훼손되고 있는 지금, 그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판도라 부족의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툴쿤을 향해 화살을 겨누는 무리가 될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김연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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