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문제는 경제’ 확인시킨 바이든

박영준 2023. 2. 12. 23: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정연설 긴 시간 할애… 경제 집중
인프라 자재 자국산 구매도 강화
전기차법 리스크 등 韓 기업 타격
“정부 위기감 못느껴” 우려 목소리

“미국인의 41%가 대통령 취임 전과 비교해 경제적으로 형편이 더 나쁘다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제가 강력하다는 정부의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70분간 진행된 브리핑 중 40분 이상은 미국 경제에 대한 질의응답으로 채워졌다. 이틀 앞서 미국 국방부가 자국 영공을 침입한 중국의 정찰 풍선을 격추시킨 뒤 첫번째 백악관 브리핑이었다.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한 백악관의 규탄 입장과 질의응답 등을 기대하고 백악관 브리핑에 참석했지만,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한 백악관의 설명과 질의응답이 이어지며 중국 정찰 풍선에 대한 이야기는 뒷전으로 밀렸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백악관은 브리핑에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앞세웠다. 다음날로 예정된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앞두고 백악관 경제사령탑인 디스 위원장이 나서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를 설명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하는 데 공을 들였다. 디스 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우는 경제 성과가 실제 국민이 체감하지 못한다는 백악관 기자들의 집중공세를 막아내고, 경제정책이 성과를 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튿날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이 전략적 경쟁자로 꼽은 중국에 대한 언급은 국정연설이 시작되고 한 시간이 지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계속된 지원 입장을 밝히고 난 뒤에야 2분 정도를 할애한 것이 전부였다. 풍선(balloon)이라는 단어는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공화당이 정찰 풍선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 실패를 지적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찰 풍선과 중국 관련 언급에 긴 시간을 할애할 이유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외교안보 현안보다는 국내 경제 정책과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미국 NBC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73분간의 연설에서 경제 관련 발언을 8.4분으로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고, 인프라 5.3분, 경찰 및 치안 관련 4.7분, 세금 관련 4.1분 등 순이었다고 분석했다. 인프라 관련 연설은 사회기반시설 강화에 대한 내용이고, 세금 관련 연설도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해 재분배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전체 연설의 절반은 경제 문제에 집중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53년 만에 최저 수준인 3.4% 실업률, 1200만개 일자리 창출, 1000만건이 넘는 신규 창업, 인플레이션 완화 등을 성과로 꼽았다.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조항이 담긴 전기차법(정식명칭 인플레이션감축법), 인프라법, 반도체지원법 등의 입법 성과를 홍보하고, 반도체지원법과 관련해서는 “미국을 위한 공급망은 미국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확실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정연설의 하이라이트는 미국 연방정부의 미국산 제품 우선 구매를 의무화하는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 강화를 발표하는 대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기반시설 사업에 사용되는 모든 건설 자재를 미국에서 만들도록 요구하는 새로운 기준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고, 공화당 의원을 포함한 참석자들의 기립박수가 쏟아졌다. 이튿날 백악관은 바이 아메리칸 조항의 세부지침을 공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는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자국 우선주의 경제 정책 추진 계획을 선명하고, 노골적으로 밝히는 무대였다.

워싱턴에는 지난해 한국을 뒤흔든 전기차법, 반도체지원법 등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리스크가 올해 더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 바이 아메리칸 정책 강화 조치가 민간으로 확산할 경우 한국 기업의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대중국 견제를 위한 반도체 및 장비 수출 규제 후속 조치,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 합의(GSSA) 등은 향후 우리 업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만큼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는 목소리는 특히 우려스럽다.

박영준 워싱턴 특파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