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목칼럼] ‘지속가능경제’는 보수·진보의 연결고리

2023. 2. 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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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위주서 분배·삶의 질 강조
국제 사회의 새 패러다임 부상
보·혁 공감 넓히고 복지 선순환
통합·관리 등 활성화 정책 필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이지만 보수·진보 갈등은 최근 들어 더 심각해지고 있다. 헌정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로 탄생한 김대중정부는 대북정책에서는 분명한 진보성향을 보였으나, 경제정책은 어느 정권보다도 더 보수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하였다. 노무현정부에서도 진보적 대북정책, 보수적 경제정책의 전통은 이어졌다. 그 후 이명박·박근혜 정부 역시 실용주의, 경제민주화 등 전통적 보수주의와는 약간 다른 중도적 성격의 경제정책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문재인정부 5년간 대북정책은 물론 경제·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진보성향을 분명히 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은 나날이 확대되고 있다. 주말마다 반복되는 보수와 진보 세력들의 집회가 이러한 우리 사회의 분열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속가능경제’는 보수와 진보를 엮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경제 개념은 유엔이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세계환경회의의 주제를 ‘지속가능발전’으로 설정한 데서 유래되었다. 당시 국회대표단의 일원으로 이 회의에 참석한 필자는 환경부 차관에게 정부 입장을 물었더니, “참석은 하되 합의문에는 가급적 서명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환경에 대한 소극적 태도는 리우 회의를 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결국 정부는 이 회의에서 제시된 거의 모든 문건에 서명했고, 필자는 환경에 관심있는 여야 의원들과 함께 환경 관련 법령을 새로운 시대 상황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전면 개편할 수 있었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리우 환경회의 결과에 고무된 유엔은 199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사상 처음 사회개발정상회의를 개최했고, 2000년에는 ‘밀레니엄개발목표(MDGs)’를 설정했으며, 2015년부터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를 개발해 추진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경제운용 패러다임이 성장 위주에서 분배, 삶의 질 등을 포괄적으로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지속가능경제’ 개념은 기존의 ‘시장경제’도 경제적 가치에 더해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시장경제에 대한 진보세력의 반감을 낮출 수 있다. 또한 이 개념은 기존의 ‘사회적 경제’가 시장경제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라는 사실을 분명히 함으로써, 사회적 경제에 대한 보수세력의 거부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1953년 미국 경제학자 하워드 보언의 저서에서 유래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개념은 이제 국내외적으로 기업경영의 기본으로 인식될 정도로 발전되었고 또한 보편화되었다. 특히 2006년 유엔 주도로 개최된 세계 각국의 주요 투자회사 모임에서 발표된 ‘책임투자원칙’을 계기로 기업의 자발적 행동에 호소하는 CSR 개념은 이제 기업 신뢰성에 대한 투자가들의 기준인 ESG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부응하는 차원에서 현재 새로운 운영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전경련이 대기업 대변인 역할에서 벗어나, 그들의 사회적 책임을 선도적으로 수행할 것을 적극 건의한다. 그러면 전경련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영국의 사회적기업 BITC는 대기업 대표로 구성되어 있으나, 지역 단위의 구체적 사업을 직접 개발해 추진함은 물론, 국제무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경제는 협동조합 형태로 발전되었는데 영국은 200년 그리고 한국은 100년 정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2007년 제정된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의해 운영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그간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정부 지원이 끝나면 시장에서 도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고 이들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사회금융시장을 통한 간접적 지원으로 전환함으로써 이 분야에서도 경쟁원리가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사회적 경제 담당 부서도 기획재정부로 통합·관리함으로써 정책의 일관성과 효율성을 대폭 제고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지속가능경제의 활성화는 윤석열정부가 국정철학으로 제시한 성장과 형평 그리고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을 도모하는 가장 효과적 정책수단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서상목 국제사회복지협의회(ICSW)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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