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참기름, 들기름, 아주까리기름”

2023. 2. 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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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정청래)은 법무부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 먹어요"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정 의원에 대해 장관이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야당 대표 의혹에 대해 물으면 하나하나 말해야 하는가라는 답변에 대한 반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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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의에서 야당 의원(정청래)은 법무부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기름 먹어요”라고 퉁명스레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라는 장관에게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 부연했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는 정 의원에 대해 장관이 일일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야당 대표 의혹에 대해 물으면 하나하나 말해야 하는가라는 답변에 대한 반응이었다. 질의의 이슈와는 무관한 비아냥거림이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행정안전부장관에게는 “지금 멍합니까”, “기분이 좋습니까”, “기분이 안 좋습니까”, “72시간 후면 집에 가셔야 하는데 집에 가서 뭐 하실 생각이세요”라며 조롱하듯 보챘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 국회의원이 소신대로 촌철살인의 언어로 정부의 정책과 실행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래야 대한민국 공동체가 당면한 이슈에 대한 자유로운 논쟁을 통해 국민에 대한 입법부의 의무를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의원들의 말에 면책특권을 부여하는 까닭이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표현의 자유는 이슈의 본질과는 무관한 억지나 조롱, 비정하고 무례한 말이나 말투, ‘아니면 말고’ 식의 허위나 막말 공격을 하라고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가차 없는 논쟁을 위해 사용하라는 것이다. 논쟁은 논쟁거리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옹호하고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다. 상대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인격을 모독하고 개인의 자아와 품격과 같은 가치를 공격하여 불편한 고통과 감정을 일으켜 마음의 상처를 내는 것이 아니다. 폭력적인 말은 생산적인 논쟁을 가로막고 사람의 관계를 해체하고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증오와 분노를 고조시킨다(‘호모 커뮤니쿠스’, 김정기).

인간의 말과 스피치에 대해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그리스 시대부터 ‘좋은 스피치’를 하려면 ‘에토스’(스피커의 공신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어 왔다. 에토스는 스피치를 하는 사람의 품격과 스피치 내용에 대한 신뢰감을 의미한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믿을 수 있는 스피치라는 얘기다. 로마의 수사학자 퀸틸리안은 ‘좋은 (품성의) 사람이 좋은 스피치를 한다’고 했다. 르네상스 시기의 베이컨도 자기과시의 스피치를 비판하면서 스피치의 윤리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다. 사실 철학자들의 입을 빌릴 필요도 없다. 극단적인 팬덤정치를 우려하는 대다수 국민은 절감하는 사실이다. 공동체감을 훼손하는 천박하고 표독한 말을 사용하는 국회와 국회의원은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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