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범 엄벌만으론 효과 없어… ‘회복적 사법’ 도입해야” [차 한잔 나누며]
‘처벌 강화’ 사회적인 화두지만
몽둥이로 절대 사람 못 만들어
범행 원인은 주변 환경 등 기인
교화에 따른 변화 가능성 높아
실제 소년원 6.7%만 반복 범죄
피해·가해자 만남 등 해법 필요
최근 학교폭력 고발 메시지를 담은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가 흥행하며 소년 범죄가 또 한 번 사회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드라마보다 잔혹한 실제 사건이 알려질 때도 소년범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가 빗발친다. 범죄가 흉포화하고 신체 발달도 빨라졌으니 처벌에도 예외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촉법소년(만 10∼14세) 연령 하향에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며 화해와 조정을 강조하는 범죄학 전문가가 있다. 서울소년분류심사원장, 서울소년원장 등을 지내며 범죄소년과 24년간 동고동락한 한영선(58·사진) 경기대 경찰행정학 교수 이야기다.
한 교수는 이를 근거로 범죄소년에 엄벌을 내리는 기조에 반대한다. 범죄를 저지른 소년이 재범 가능성이 높은 6%인지, 범죄를 중단할 94%인지 정교하게 구분할 도구가 없는 상황에서 처벌만 강화해 범죄자 낙인을 찍게 되면 결과적으로 해당 소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범죄를 지속하는 ‘6% 소년’들에게는 학대나 보호자의 부재 등 ‘아픈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아 근본적인 정책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가해자를 씹어 먹어도 분이 안 풀릴 것 같다’고 말하는 피해자들이 있어요. 이야기를 더 듣다 보면 결국 ‘내가 이만큼 괴롭다. 가해자도 이걸 알아줬으면 한다’는 마음인 경우가 많아요.” 범죄자를 처벌하는 ‘응보’만이 정의 실현이라고 여기는 사법체계는 피해자의 회복도 더디게 한다. 국가가 나서 가해자를 처벌하고 교정하는 사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의 목소리는 지워지고 소외된다. 한 교수는 이런 응보적 사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피해자와 공동체의 회복에 초점을 맞춘 ‘회복적 사법’을 강조한다.
한 교수는 피해자-가해자 회합, 가족집단회합, 서클(원형으로 앉아 이야기하는 모임) 등을 제안한다. 전제조건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자발적으로 이런 모임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질문을 던지고 감정을 표현하게 된다. 일부이지만 이미 경찰과 검찰, 소년원 등 단계에서 이런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소년원 안에서 사소한 문제가 발단이 돼 오랜 기간 다툼을 벌인 아이들이 서클을 통해 합의를 이뤘고, 폭행 피해로 대학 입학이 좌절된 체육특기생이 가해 학생들을 용서하고 서로의 인생을 응원했던 일까지 한 교수는 “놀라운 일들을 경험”했다고 전했다.
그는 “응보적 사법에선 가해자가 처벌을 받더라도 피해는 고스란히 남는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자신이 야기한 결과에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고, 그것을 인식하기 위해 자신의 가해에 따른 피해의 결과를 충분히 알아야 합니다. 피해자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옳은 일이어서가 아니라 보복 범죄를 예방하고 양측 모두 자기의 삶을 살 수 있게 하는 길”이라는 게 한 교수가 회복적 사법을 강조하는 이유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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