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김광현이냐는 말…여전히 경쟁력 있다는 뜻이겠죠”
비시즌 미니 캠프 열고 팀 후배와 착실히 몸 만들어…이번 대회 활약 예고
세인트루이스 동료 에드먼과 재회 기대…왼손 에이스 계승자 구창모 꼽아
2008년 스무 살의 김광현은 야구대표팀 막내로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다. 프로 데뷔 후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일본과의 풀리그 경기와 4강전에서 모두 선발로 등판해 승리의 발판을 놨다. 김광현의 호투에 힘입어 한국은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23년 서른다섯의 김광현은 다음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했다. 이번이 6번째 국제대회다. 고참 반열에 오른 김광현에게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도 있다. 그는 앞선 5차례 대회에서 16경기 57.2이닝을 던져 한국 야구대표팀 최다 이닝 기록을 보유 중이다.
2019년 준우승을 차지한 프리미어12 이후 4년 만에 국가대표로 나선다. 김광현은 11일(현지시간) SSG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재키로빈슨 트레이닝콤플렉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항상 경기에 전력으로 임하고 이기려고 했다. 이번에도 똑같은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아직까지 김광현’이라는 말에 자부심을 느낀다. 그는 “쟁쟁한 후배들 속에서도 내가 아직 경쟁력이 있구나 생각한다”면서도 “한국야구가 제자리걸음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서운하기도 하다. 이번 대회에서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일본 오키나와에서 직접 미니캠프를 열었다. 오원석, 백승건, 박시후, 이기순 등 SSG 왼손 후배 4명을 이끌고 몸을 만들었다. 추위를 싫어하는 김광현은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도 만족하고 있다. 그는 “WBC 끝나고 또 (KBO리그) 시즌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몸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광현은 올겨울 SSG가 새로 맞이한 외국인 선수 3명의 ‘적응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섰다. 자신도 2020년 메이저리그에 처음 진출했을 때 낯선 땅에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내가 미국에 2년 동안 나가 있으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애로사항들을 그 친구들은 겪지 말아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이 신경을 쓰고 이야기를 해주려 한다. 얼마나 외롭겠나”라고 했다.
김광현은 14일 애리조나로 이동해 대표팀 훈련에 들어간다. SSG에선 내야수 최정, 외야수 최지훈이 함께 간다. 후배들과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고 싶다. 어엿한 고참 선수이지만 성장하고 싶은 마음도 여전하다. 김광현은 “대표팀을 많이 경험해봤지만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어떻게 연습하는지, 어떻게 플레이하는지 보면서 또 배울 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한 단계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왼손 에이스 계보를 이을 유력한 후보로 NC 구창모를 꼽으면서 “구창모 선수의 피칭을 보면서도 배울 점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표팀에선 세인트루이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한국계 내야수 토미 에드먼과 재회한다. 한국과 함께 B조에 속한 일본 대표팀으로 출전하는 전 동료 라스 눗바와도 반갑게 인사할 예정이다. 한국 대표팀의 목표는 4강 진출이다. 김광현이 챔피언십 라운드가 열리는 미국 마이애미로 향한다면 더 많은 세인트루이스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시에 한국야구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다.
베로비치 |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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