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나문희, 유연함을 잃지 않는 삶 [인터뷰]

황서연 기자 2023. 2. 1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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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나문희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연기 인생 63년, '국민 엄마' 나문희가 또 한 명의 엄마를 연기하며 생애 첫 뮤지컬 영화 도전에 나섰다. 도마 안중근 의사를 키워낸 강인한 어머니 조마리아의 모습을 특유의 유연한 사고로 풀어냈다.

'영웅'은 동명의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작품이다.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로, 나문희는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을 맡아 열연했다.

나문희와 '영웅'의 인연은 영화 '하모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제작에 참여했던 윤제균 감독과의 만남이 그를 '영웅' 앞으로 이끌었다고. 나문희는 "윤제균 감독님이 날 잘 대접해 주셨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고, "감독님이 나를 믿어 주셨고, 나도 그 믿음에 감사하며 조마리아 역을 맡게 됐다"라고 말했다.

나문희는 "'영웅'을 만나기 전에는 그저 남들이 아는 만큼만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조마리아라는 인물에 대해 알게 될수록 부담감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실화라는데도 실감이 나지 않더라. 나도 엄마이고 아이가 10살이건 50살이건 '내 자식'이 항상 가장 우선이 된다는 걸 안다. 그런데 조마리아 여사는 안중근에게 의병대장이 돼 일본과 싸우라 하고, 목숨을 바치라고 했다. 사형 집행이 떨어지기 전에 그 사실을 모두 알고도 그랬다. 나라를 위해 자식을 바친다는 것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이냐"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조마리아 여사의 굳은 결심을 내 연기로 끝까지 표현해 내보자는 생각이었다"라며 "자식에게 네 목숨을 바치라는 말을 직접 하고 실천에 옮긴 사람이 아들이 떠난 후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았을지,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도 뮤지컬 영화의 특성상 연기와 더불어 노래 실력이 선행돼야 하는 상황에 대해 걱정했다며 "뮤지컬 영화가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됐고, 무엇보다도 내가 뮤지컬 노래로 조마리아 여사를 잘 표현해낼 수 있을까 싶었다"라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나문희


나문희는 "MBC 라디오 공채 성우 1기로 데뷔를 했는데, 당시 DJ를 맡았던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레 클래식 음악을 접했고 또 두 딸들이 모두 음악을 전공해 노래에 대한 심적인 거리감은 덜했다. 하지만 노래를 불러야 한다는 상황에 대해 분명히 부담감은 있었다"라며 "출연이 결정된 뒤 큰 딸과 레슨을 받으며 촬영을 준비했다. 개인적으로는 잔인한 레슨이었지만, 도움을 줘 고마웠다"라고 말했다.

나문희의 노래는 극 말미에 등장한다. 사형 선고를 받은 아들 안중근에게 "일본에게 목숨을 구걸하지 말라"며 당당히 죽을 것을 종용하는, 동시에 아들의 죽음을 앞두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이다. 그는 "지금은 촬영이 끝난 지 오래돼 기억이 희미하지만 당시에는 정말 많이 힘들었다. 감정적으로도 굉장히 어려운 신인데 라이브로 노래까지 해내야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평소에는 가장 처음 연기한 장면을 좋아해 재촬영을 하지 않는데, 내가 여러 번 재촬영을 하자고 했다더라. 지금은 기억이 하나도 안 난다"라며 "두 시간 동안 노래를 하려니 쉽지 않았지만 음정보다는 가사나 감정 위주로 노래를 하려 애썼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고생을 했어도 만약 뮤지컬 영화 제안이 들어오면 또 노래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하며 웃기도 했다.

배우 나문희


1941년생 나문희는 올해로 여든한 살이 됐다. 긴 세월 동안 지치지 않고 배우의 업을 이어온 이유를 묻자 "연기를 좋아하니까"라는 즉답이 돌아왔다. "연기하는 일이 즐겁지는 않다. 잠도 못 자고 힘들게 촬영장에 가 촬영하고 하는데도, 현장에만 가면 아직도 철 없이 신이 난다. 이런 감정들이 연기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연기에 애증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더라도 참고 일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는 연기하기가 싫다. 어느 한 구석이라도 매력이 느껴지고, 현실적으로 공감이 가고, 그 작품만이 지니 무언가가 있어야 출연을 하고 싶어 진다"라고도 이야기했다.

나문희는 "계속해 배우로 살기 위해서는 우선 '평소의 내 삶을 제대로 살아야 한다'라는 철칙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것이 연기에 묻어난다. 환경이 고약하면 사람도 곧 그렇게 변한다고 믿고, 인물을 창조하는 것은 결국 내 자신이기 때문에 하나를 연기하더라도 바른 마음으로 임하려고 한다"라며 "노력을 해도 결국 내가 인물에 묻어나기 마련인데, 그렇게 캐릭터와 내가 똑같다는 점이 오히려 정말 좋기도 하다"라고 자신의 연기관을 밝혔다.

그는 "계속해 연기자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하루에 한 번 산책을 나가 햇볕을 쐬고, 집에서는 스트레칭이나 자전거 타기 등 운동을 하며 건강 관리를 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합창단에 도전하고, 진행을 맡고,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라는 숏 플랫폼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는 등 꾸준히 도전을 이어가는 것 또한 나름의 노력이란다. 나문희는 "시대가 원하는 유연성을 가지려 하고,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익히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할머니들이 유연성을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2023년에도 그저 건강하고 집안이 편안하기를 바란다"라며 새해 소망을 밝힌 나문희. 그는 "배우로서 이루고 싶은 꿈은 이만하면 다 이뤘다. 앞으로는 그저 자유롭게, 버스를 탈 수 있으면 버스를 타고 시장에도 직접 가는 그런 삶을 계속해 살고 싶다. 그런 일상에서의 경험과 관찰이 모두 연기에 묻어 나는 요소가 될 테니, '진짜'를 보여주는 배우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어 보였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CJ ENM]

나문희 |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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