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인상에도…웃지 못하는 법인택시 기사들
사측 ‘변칙 사납금’ 미리 올려
못 채우면 기사 월급서 차감
노조 “사납금 문제 해결해야”
법인택시 기사 김모씨(64)는 지난 10일 오전 2시 회사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전 조 교대 시간은 오전 4시이지만 손님이 없어 일찍 운행을 종료했다. 택시 요금이 오른 후 강남, 홍대, 종로 번화가에 붐볐던 손님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김씨는 “딱 10시 넘어서부터 사람이 안 보이기 시작한다”며 “(인상 이후로) 하루 평균 7명 정도는 손님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1일부터 택시 기본요금을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인상했다. 기본요금을 적용하는 구간은 2㎞에서 1.6㎞로 줄었다. 31초당 100원이던 시간 요금은 30초당 100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2월1일부터 심야 할증 시간을 오후 10시로 2시간 앞당기고 할증률을 40%로 높인 데 이어 요금 미터기가 더 빨리, 많이 오르게 바뀌었다. ‘택시 요금 인상→택시 기사 수입 증가→택시 공급 확대→택시대란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셈법은 개인택시 기사에게만 해당한다. ‘사실상 사납금’을 내야 하는 법인 소속 택시 기사들에게는 딴 세상 얘기다. 2020년부터 사납금 제도 대신 ‘전액관리제(월급제)’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서는 사납금 제도가 ‘성과급 산정 기준금·운송수입금·월 기준금’ 등 명칭으로 변칙 운영되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인 김씨가 매일 회사에 내야 하는 금액은 정해져 있다. 김씨 회사가 기사들에게 받는 사납금은 오전 조 기준 14만5000원, 오후 조 기준 15만원이다. 이날 김씨가 번 돈은 12만원가량이다. 모자라는 3만원은 다음달 월급에서 빠진다. 김씨는 “회사는 절대 손해를 안 본다”면서 “만근을 해도 최저임금이 안 되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목돈이 있어 개인택시를 살 수 있는 사람들에겐 택시 요금 인상이 호재일지 모르겠지만 법인택시에는 이중고”라고 했다.
김씨 회사는 이미 몇 달 전 사납금을 1만원 올렸다. 요금 인상이 예정돼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서울시는 택시 요금 인상 후 6개월간 성과급 산정 기준금 인상을 금지했는데, 김씨는 6개월 후 사납금이 또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요금 인상을 앞둔 경기도의 택시 업체 상당수도 이미 사납금을 올린 상태다.
경기 파주시에서 법인택시를 모는 김창학씨(65)는 “이 지역 회사 7개 중 5개가 사납금을 벌써 올렸다”면서 “하루 7000원에서 1만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법인택시를 모는 기사 A씨도 “인상 소문이 돌기 시작하니 사납금을 2만7000원이나 올렸다”면서 “왜 인상이 필요한지 세부 내역을 보여달라고 해도 회사 측은 아무 말이 없다”고 했다.
김종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지부장은 12일 “어용노조들이 사측이랑 협의해서 사납금을 올려놓은 것”이라며 “택시 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라면 요금을 인상하기 전에 사납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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