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잔치’ 벌인 금융사들…역대급으로 충당금 쌓는다는데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2. 12.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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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손충당금 5조원 넘게 적립
은행도 전년보다 1.8배 늘려
이자수익 급증에 금융지주 사상 최대 실적 달성 [사진출처 = 연합뉴스]
국내 주요 금융사가 대출 부실에 대비해 역대급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고금리로 가계·기업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뚜렷해지면서 건전성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작년 금리 상승기 덕분에 사상 최대 이자 수익을 벌어들인 점도 많은 충당금을 쌓는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가 지난 한해 새로 쌓은 대손충당금(순전입액)은 5조103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3조2509억원보다 약 57%(1조8524억원) 늘어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 대응 능력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적립했던 2020년(4조1070억원)보다도 9963억원 많다. 대손충당금은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 등 다양한 손실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쌓아 두는 비용이다.

KB금융은 4대 금융사 중 가장 많은 1조8359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했다. 신한금융은 전년보다 31% 늘려 1조3057억을 쌓았고, 하나금융도 1조1135조원으로 전년보다 109% 확대했다. 우리금융은 전년보다 58% 늘린 8482억원을 마련했다. 4대 은행들이 작년 쌓은 대손충당금도 2조605억원으로 전년(1조1508억원)의 1.8배 증가했다.

금융사들이 대손충당금을 통 크게 쌓은 가장 큰 이유는 대출 연체율 관리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 평균은 작년 상반기 큰 변동이 없다가 작년 9월 0.16%에서 12월 0.19%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은행들이 대출을 확대한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작년 12월 0.24%, 0.28%로 3개월전보다 각각 0.06%포인트, 0.05%포인트 뛰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보면 금리가 오를 때보다 금리 인상기가 끝날 무렵부터 잠재 부실이 터져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코로나 사태로 만기 연장·상환 유예를 연장 중인 자영업자와 이자 상환 능력이 한계치에 달한 ‘영끌족’ 등 취약 대출자의 부실 위험이 커서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금융사들의 판단이다.

‘이자 장사’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충당금을 경쟁적으로 늘리는 유인으로 작용했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으로 역대 최대인 총15조8506억원을 벌었고, 이자이익은 39조6735억원에 달했다. 대손충당금은 미리 손실로 처리하기 때문에 쌓을수록 이익이 줄어든다. 금융권에선 KB금융이 예년 수준으로 충당금을 쌓았다면 신한금융에 3년만에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에 충당금 등 손실흡수 능력을 더 키우도록 주문하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목표로 금융사들 대상으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의 손실흡수력이 상당히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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