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의 ‘윤심’ 안철수의 ‘인지도’, 강점이 상대방엔 약점
윤 대통령 ‘전대 개입’ 비판 여론…김, 결선투표 불리할 수도
천하람, ‘선명성’ 강조…황교안, 강성 보수층 지지 ‘양날의 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권 주자 양강인 김기현·안철수 후보는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이 명확하게 엇갈린다. 김 후보에게 강점인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안 후보에게 약점이고, 안 후보에게 강점인 인지도가 김 후보에게는 약점이다. 김 후보가 당대표와 대통령의 관계를, 안 후보가 내년 총선 경쟁력을 거듭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강·약점과 관련이 있다. 본경선에 나온 당권 주자들의 강점·약점과 기회(Opportunity)·위기(Threat)를 분석해봤다.
김 후보는 12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대통령과 전화, 문자를 주고받고 만나기도 하면서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안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같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대표가 되면 대통령에게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걱정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안 후보가 지난 대선 전 연설에서 “윤석열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한 점도 거론했다. 자신은 대통령과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지만 안 후보가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삐걱댈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하지만 윤심이 김 후보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당원들 사이에 대통령실이 최근 전당대회에 개입한 데 대한 비판과 총선에서 당이 대통령실에 지나치게 휘둘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 후보 지지도는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연결되는데 최근 난방비 급등 등 민심이 악화하는 점도 불안 요소다. 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가 열리면 안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세가 결집해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총선) 출마 지역은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현재의 지역구(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하라면 할 것이고 수도권 승리를 위해 험지 출마를 요청하면 기꺼이 따르겠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을을 지역구로 둔 김 후보에게 수도권 출마를 요구했던 공세의 연장선이다. 전날엔 “총선 지원유세를 하는데 ‘저 사람 누구지’ 그러면 되겠나”라고 했다. 높은 인지도와 수도권 중도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면서 대중 인지도가 낮은 김 후보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안 후보는 자신에 대한 대통령실의 ‘비토’에도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친윤과 반윤 사이 중도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결선투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선명성이 떨어져 선거 운동 과정에서 양쪽의 공격을 받고 지지층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릴 경우 친윤계의 공격이 전보다 더 수위 높게 전개될 수도 있다.
천하람 후보는 유일한 30대 주자에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퇴출’ 구호를 외치고 ‘대통령의 공천 개입 금지’를 당헌에 명시하겠다고 할 정도로 개혁과 반윤석열의 선명성이 뚜렷하다. 대구 출신인데 험지인 전남 순천에 지역구 도전을 한 점도 울림을 준다.
하지만 당대표에 도전할 정도의 경력이 있느냐에 물음표가 달린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고, 입담이 좋아 방송의 정치패널로 인기가 높았던 만큼 TV토론에서 ‘한 방’을 보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표는 천 후보가 빠르게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힘이 됐지만 앞으로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가 축출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당내 갈등에 대한 잔상이 당원들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천 후보는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스트라이커(공격수)로는 이준석이 낫지만 당을 이끄는 데에는 천하람이 리더감”이라고 하는 등 이 전 대표와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황교안 후보는 당내 강성 보수와 기독교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 순복음강남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지난 총선 이후 거듭 부정선거 이슈를 제기해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세력들에게 확장성이 제약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총선 때 당을 강성 보수로 이끌다 패배했던 전력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본선 투표에선 황 후보 지지층 일부가 김 후보에게 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미덥·이두리·문광호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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