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공격은 ‘평등’했지만, 일상으로의 회복은 ‘불평등’했다

김향미 기자 2023. 2. 1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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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3944명 대상 ‘코로나19 영향·사회통합 실태조사’
취준생·여성·노인·비정규직
비취약계층보다 회복 어려움
경제·심리적 고립감도 커져
“사회적 지원 부족했던 결과”

취업준비생인 이모씨(29)는 2020년 가을 태권도 학원 사범으로 취직했다가 코로나19로 학원 경영이 어려워진 탓에 이듬해 봄 일을 그만뒀다. 이후 6개월간 병원에서 경비 업무를 하기도 했으나 격무에 시달렸다. 지난해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최근에는 다른 일자리를 찾고 있다. 이씨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기도 하고, (병원에서) 얻기도 했지만 (코로나19가 끝나고) 예전보다 지금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 고 했다.

미취업 청년, 여성, 노인, 비정규 노동자 등 코로나19로 인한 소득 감소 등 타격이 컸던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일상 회복 과정에서도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8월 만 19~75세 성인남녀 3944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의 영향과 사회통합 실태조사’에서 일상 회복 정도에 대한 인식은 11점 기준 평균 6.05점으로 보통(5점)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일상 회복 정도에 대한 인식은 연령대, 경제활동 상태,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60~70대, 임시일용직 임금근로자, 자영업자 및 고용주, 실업자, 중저소득층 응답자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일상 회복의 수준을 ‘회복했다’ ‘보통이다’ ‘회복하지 못했다’ 등 3개 틀로 재분류한 결과 조사대상자 중 건강·사회·경제적 등 모든 취약계층에서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비취약계층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사회적 취약계층(14.88%), 신체건강 취약계층(14.67%)에서는 일상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응답이 비취약계층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생물학적 수준에서 코로나19는 모두를 ‘평등하게’ 공격했으나 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대응은 ‘불평등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재난 상황에서 마땅히 이뤄져야 했던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음을 보여줬다”고 해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심리적 고립감도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큰돈을 갑자기 빌릴 일이 생길 때, 빌릴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7.31%로 같은 항목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2014년 이후 가장 낮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5년 전인 2017년의 71.51%보다 24.20%포인트나 하락했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개인적, 심리적 회복은 점차 이루어지고 있으나, 개개인이 고립된 상황에서 진행되며 더 나아가 상호 심리적 관계가 단절된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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