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시간 만에…두 살배기 아기 극적 구조

선명수 기자 2023. 2. 1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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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두 배 넘겼어도 곳곳서 ‘기적의 생환’
한 구조대원이 11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강진 발생 140시간 만에 구조된 생후 7개월 된 아이를 안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2시간 버틴 20대 자매 등도
사망자 수는 2만9000명 넘어
유엔 “최소 현재 두 배 될 것”
도시 외곽선 임시 묘지 조성

튀르키예 지진 발생 후 통상 72시간으로 여겨지는 ‘골든타임’이 두 배 넘게 흘렀지만, 12일(현지시간) 기적과 같은 생환 소식은 참사 지역 곳곳에서 이어졌다.

튀르키예 국영 아나돌루통신은 이날 하타이주에서 두 살배기 여자아이가 무너진 건물 잔해에 갇힌 지 150시간 만에 구조됐다고 밝혔다. 또 아디야만주에서는 잔해 속에서 152시간을 버틴 20대 자매와 7세 남자아이 구조소식이 들려왔다. 지진 발생 149시간 만에 무스타파라는 이름의 35세 남성이 하타이주에서 루마니아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고 CNN은 전했다.

또 튀르키예 방송사인 NTV는 남부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지진 발생 140시간 만에 ‘함자’라는 생후 7개월 아기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고 보도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아기가 어떻게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었는지 구체적인 사항은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튀르키예 안타키아의 잔해 밑에서는 128시간을 버틴 생후 2개월 아기가 구조되기도 했다. 트위터에는 이 아이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방긋방긋 웃으며 자신을 조심스럽게 안아든 구조대원의 손가락을 빠는 사진이 올라왔다.

하타이주의 항구도시 이스켄데룬에서는 44세 남성이 매몰 138시간 만에 구조됐고, 앞서 같은 지역에서 두 살인 아기도 128시간 만에 구조됐다. 가지안테프주의 소도시 이슬라히예에서는 3세 여아가 131시간 만에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고, 같은 주의 소도시 누르다으에서는 매몰됐던 일가족 다섯 명이 한꺼번에 구조되기도 했다.

현지에 급파된 한국 해외긴급구조대(KDRT)도 이날 안타키아에서 60대 여성을 추가로 구조하는 등 이날까지 총 8명을 구조했다.

안타까운 소식도 있었다. AP통신은 50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건물 잔해 속에서 구조된 자이네프 카라만이라는 이름의 여성이 병원으로 이송된 후 하룻밤 새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을 구조한 독일 구조대원은 독일의 TV 뉴스 채널 n-tv와 인터뷰하면서 “가족과 작별 인사를 하고, 서로를 한 번 더 볼 수 있고, 다시 껴안을 수 있게 한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적의 순간은 잠시, 사망자 수는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현재 사망자 수는 튀르키예 2만4617명, 시리아 4500명 이상 등 2만9000명을 넘어섰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사망자(1만8500명) 규모를 훨씬 뛰어넘었고, 2003년 이란 대지진(3만여명)의 피해 규모와 가까워지고 있다.

이번 지진의 진앙과 가장 가까운 카라만마라슈를 찾은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사망자 수가 최소 현재의 두 배 혹은 그 이상이 될 것이 확실하다”며 “이번 지진은 지난 100년간 이 지역에서 발생한 최악의 참사”라고 말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약 8만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에 입원했으며, 100만명 이상이 임시 대피소에 있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60만명가량이 강진의 영향을 받았다고 추산했다. 유엔은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긴급 식량 지원이 절실한 사람이 최소 87만명에 이른다고 봤다.

구조 작업이 속속 시작됐지만 피해지역이 워낙 넓은 데다 피해 규모도 커 여전히 구조대만 기다리고 있는 이들이 많다. 안타키아에 사는 불런트 시프시플리는 무너진 집 잔해에 묻힌 어머니를 찾기 위해 며칠을 기다렸지만, 구조대가 작업을 벌이던 도중 생존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더 높은 다른 곳의 호출을 받고 가버렸다며 “(지진 발생) 6일이 지났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안타키아 외곽에는 거대한 임시 묘지가 조성되고 있다. 희생자의 시신을 실은 트럭과 구급차가 속속 도착하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선 굴착기와 불도저가 구덩이를 파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1m도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떨어진 묘지에는 각각 널빤지로 만든 임시 묘비가 세워졌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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