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하는 근로감독관… 갑질 피해자 두 번 운다 [死무실로 출근합니다]
근로감독관 신뢰도 설문조사… 70% “법 이해 부족”
작년 직장갑질119 접수 56건 중 ‘불성실 조사’ 최다
■ 死무실로 출근합니다 - 2023 직장 갑질 실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접수된 신고 10건 중 4건 가까이가 취하 처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건을 세심히 살펴봐야 할 근로감독관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을 통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3년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총 2만424건으로 집계됐다. 처리된 사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취하(7천924건·38.8%) ▲개선지도(2천624건·12.8%) ▲검찰송치(133건·0.7%) ▲기타(9천226건·45.2%) 순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처리 중인 사건은 306건으로 1.5%였다.
여기서 ‘기타’는 5인 미만 사업장 같은 근로기준법 적용이 불가능한 곳이나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판단된 경우를 의미한다. 이를 빼면 ‘취하’의 비율이 가장 높다. 취하는 자의로 합의한 경우 혹은 타의로 합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시 회사에 파견돼 괴롭힘 여부 등을 직접 조사하는 근로감독관들은 증거 부족 등 갑질 입증이 쉽지 않은 경우 복잡하게 일을 벌이지 말고 취하하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직장갑질119 등이 공인노무사 60명을 대상으로 2021년 8월9~15일까지 진행한 ‘2021년 근로감독관 신뢰도 설문조사(복수응답)’ 결과에 따르면, ▲노동법에 대한 이해 부족과 비법리적인 판단(70%) ▲관료적인 업무 처리(60%) 순으로 많았고, 이어 ▲합의 종용(강요) ▲사건처리 지연이 각각 45%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 1월부터 12월 중순까지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근로감독관 관련 제보 56건 중 ‘불성실 조사’가 49건(8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늑장 처리(16건, 28.6%), 부적절 발언(16건, 28.6%), 합의·취하 종용(8건, 14.3%) 순이었다.
피해자들은 근로감독관이 담당 사건에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는 만큼 이들의 소극적 행동에 불만이 있어도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이같이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한 이후 근로감독관이 억울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 줄 것을 기대하며 노동청을 찾지만, 이들의 ‘두 번째 갑질’에 또 다시 울고 마는 것이다.
최혜인 노무사는 “물론 괴롭힘을 입증할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지만, 근로감독관들은 사건을 보고 해결 가능 여부를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조사보다는 중재를 먼저 시도하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 노무사는 “근로감독관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감독관 수가 적은 상태에서 과도한 업무가 몰려 일을 빠르게 처리해야 하다 보니 자주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며 “근로감독관 증원이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이연우 기자 27yw@kyeonggi.com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이은진 기자 ejlee@kyeonggi.com
김건주 기자 gun@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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