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찾고 공학이 만들 ‘핵심 광물의 미래’[지구 미래 찾는 기술의 여정]

기자 2023. 2. 12.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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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거대한 크기의 고대 로마 유적이나 중세의 성당을 만나게 된다. 이를 살피다 보면 건축에 필요한 석재는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이럴 때에는 건축에 사용한 석재를 조사해 주변 채석장 석재의 성분과 일치하는 것을 찾아서 해결이 가능하다.

유럽 여행 중 역시 많이 가게 되는 미술관에는 유명한 화가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림을 감상하면서 저렇게 멋진 그림을 한 번에 그렸을까, 아니면 여러 번 수정하면서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그렇다면 석재의 성분은 어떻게 측정하고, 유화의 덧칠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석재는 구성 성분을 측정하고, 지질학적 기준으로 구분이 가능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석탑에서 석재의 원산지를 파악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유화의 경우 엑스레이나 파장의 길이가 다른 전자파를 이용해 덧칠한 부분의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방사능 동위원소로 유화의 성분을 파악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와 같은 방법들은 보통 ‘비파괴 조사’라 하며 병원에서 환자를 진단하는 방법과 유사하다.

앞에서 소개한 기술들은 필자가 근무하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최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배터리 소재 확보가 최대 쟁점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이 기술 방향을 주도하려고 한다. 미국의 IRA로 국내 배터리 제조사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배터리 핵심 광물을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정부는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해 광물 탐사와 개발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핵심 광물이란 산업에 필수적이지만 단기간에 대체재를 찾기 어렵고, 특정 지역에 편재돼 있는 자원을 의미한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이 해당한다. 핵심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질조사, 지화학 및 물리 탐사, 시추, 암석 성분 분석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런 조사 결과는 디지털 자료로 구축해 3차원으로 지하를 구현하는 데 쓰인다. 또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해 탐사에서 개발에 이르는 과정까지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적용해 탐사 기술력을 향상하고 있기도 하다.

땅속 자원을 찾아내고 활용 가능하게 만드는 데에는 많은 과정이 필요하다. 유용한 광물 자원을 찾기 위한 지질 이해와 탐사는 과학의 영역이고, 확인된 지하자원을 개발하고 유용한 광물자원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공학이다. 핵심 광물의 확보는 과학과 공학의 융합이라 할 수 있다. 지질자원의 융합 기술이 핵심 광물 공급망 해결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황세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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