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톤 싣고 바다서 이착륙 가능한 수송기 나온다

이정호 기자 2023. 2. 12. 20: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위산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가 제안한 미군의 새로운 수송기 ‘리버티 리프터’의 상상도. 동체 두 개가 나란히 장착돼 있다.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 제공
미 군용 ‘리버티 리프터’ 개발 착수
2024년까지 시제기 설계·제작 계획

# 굵고 거대한 동체, 그리고 긴 날개를 지닌 한 물체가 바다 위를 빠르게 이동한다. 그런데 고도가 너무 낮다. 해수면에서 수십m를 넘지 않는 높이다. ‘새로운 형태의 쾌속선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쯤, 해안가에 다다른 이 물체가 하늘로 훌쩍 솟구친다. 높은 산맥을 넘더니 여느 비행기처럼 상승한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이달부터 본격적인 개발에 들어간 군용 수송기인 ‘리버티 리프터’의 비행을 가정해 만든 동영상의 일부다. 막대한 적재 능력을 지닌 배, 빠른 이동 속도와 지형 극복 능력을 지닌 비행기의 특징이 합쳐졌다.

DARPA에 따르면 리버티 리프터 개발 계획은 방위산업체인 제너럴 아토믹스와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가 각각 제안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앞으로 심사를 거쳐 최종안이 선정될 예정이며, 2024년에 시제기 설계와 제작이 시작된다.

이 비행기가 전력화하면 세계 어디서든 작전을 펼칠 능력을 갖길 원하는 미군을 뒷받침할 신개념 수송 수단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면효과’로 수면 위 30m 저공비행
최대 고도 3000m비행 산도 ‘거뜬’
탱크 등 싣고 전 세계 어디든 수송
기존 C-17 대체…중국 견제용 해석

■ ‘지면 효과’로 적재능력 껑충

리버티 리프터의 가장 큰 특징은 막대한 중량의 화물을 빠르게 옮길 수 있다는 점이다. DARPA가 구상하는 리버티 리프터의 적재 중량은 100t이다. 다수의 탱크와 장갑차, 병력을 옮길 수 있다. 수송 능력이 미군의 주력 대형 수송기 C-17 글로브마스터(77t)보다 30% 더 크다.

리버티 리프터의 적재 능력이 이렇게 큰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다에서 높이 30m 이내의 낮은 고도를 날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저공 비행하는 기체와 해수면 사이에 낀 공기가 두툼한 쿠션 역할을 하는데, 이 쿠션은 리버티 리프터의 ‘양력’을 키운다. 양력이란 비행기를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힘이다. 오롯이 엔진으로 만들어야 할 양력을 리버티 리프터는 공기에서 공짜로 보조받는다.

이 때문에 같은 힘의 엔진을 쓴다면 리버티 리프터는 보통 비행기보다 더 많은 짐을 싣는다. 이를 ‘지면 효과(Ground effect)’라고 부른다.

이 현상은 장애물이 없고 평평한 수면 위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리버티 리프터가 수상에서 나는 이유다.

현재 제너럴 아토믹스는 프로펠러 12개,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는 8개를 장착한 기체를 DARPA에 제안했다. 프로펠러 개수가 보통 비행기보다 훨씬 많다. 이에 따라 시속 수백㎞로 충분히 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리버티 리프터가 목표로 하는 항속거리는 1만2000㎞로, 장거리 수송기인 C-17(1만1500㎞)과 비슷하다. 리버티 리프터는 적재 능력이 C-17보다 커지고, 속도와 항속 거리도 군용 수송기에 걸맞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방위산업체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스가 내놓은 기체 디자인은 전통적인 비행기와 좀 더 닮았다. 바다 위를 살짝 떠서 움직이도록 고안됐다.

■ 산맥 만나도 끄떡없이 ‘돌파’

리버티 리프터에 특이한 점은 또 있다. 작전 중 불가피하다면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다. 최대 고도는 3000m다. 웬만한 산맥은 쉽게 넘을 수 있다.

이 특징은 리버티 리프터를 여러 종류의 작전에 투입할 수 있게 한다. 바다를 가로지를 때에는 수면 가까이 비행하다 해안가에 다다른 뒤 산이 등장하면 고도를 높여 보통 비행기처럼 날면 된다. 다만 하늘로 올라가면 지면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수상에서보다 연료 소모가 많아진다. 하지만 바다든 육지든 가리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구소련에도 비슷한 비행기가 있었다. ‘카스피해의 괴물’로 불린 ‘에크라노플랜’이다. 소련이 1960년대 개발했다. 당시 미국은 이 기이한 기체의 정체를 알 수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에크라노플랜의 주임무는 미사일 공격이었다. 수십년이 흐른 지금, 미국 땅에서 에크라노플랜이 수송기의 임무를 띠고 현대화된 모습으로 부활하려는 셈이다.

유독 미국이 이런 특이한 수송기를 개발하려고 하는 이유는 뭘까. 세계 패권국이기 때문이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미군은 전 세계 어디에나 많은 군수 물자를 신속히 운송할 능력을 갖길 원한다”며 “지금이 새로운 수송기가 필요한 시점인 점도 개발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군이 쓰고 있는 C-17 수송기는 2015년 단종돼 현재는 생산되지 않는다.

미국에선 바다가 주무대인 이 새로운 비행기가 인도·태평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개발되는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중국 견제용이라는 얘기다. DARPA는 공식 자료를 통해 “2024년 본격적인 시제품 설계와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