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아침] 접는 중

경기일보 2023. 2. 12.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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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고 접어도

계속 접어야 할 마음이 남아 있느니

절반은 남은 것인가,

접을 수 있는 마음은

구김이 잘 가는 천 같을까

물기를 빨아들이는 종이 같을까

마음은 어떻게 생겼기에

접고 접어야 하는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는

마지막 장을 결코 저버릴 수 없어서

열일곱 살 아들의 뇌종양 증세를 이야기하며 엄마는

마음을 접고 또 접고 계속해서 접어도

끝없다고

숨죽여 말한다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일 년째 접는 중


박설희 시인

시집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가슴을 재다’.

한국민예총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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