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행동주의 펀드 공격에도… SM 50% 뛰고 KT&G는 하락

이윤희 2023. 2.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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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얼라인 공세에
SM·은행 지주 7곳 주가 상승
"단기차익 노리는 펀드에 맞설
경영권 안전장치 보장해줘야"
연합뉴스

행동주의 펀드들의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가가 롤러 코스터를 타고 있다. 적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가 큰 폭 상승한 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의 주가가 내재가치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니고 재료가 약발을 다할 경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추격 투자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동성 커진 주가=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의 주가는 11만4700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49.54% 급등했다. 에스엠은 이수만 대주주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에 '일감 몰아주기' 등 형태로 부당한 이득을 줘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며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의 공격을 받아왔다.

지난해 9월 16일 에스엠이 라이크기획과 계약 종료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주가가 18.60% 뛰었고, 지난해 말 계약 조기 종료에 이어 이씨의 독점 프로듀싱 체제가 끝나는 등 얼라인의 요구가 실현되면서 주가가 추가 상승했다. 최근에는 카카오의 2대 주주 등극에 이어 하이브의 인수 추진까지 경영권 분쟁이 시시각각 격화하면서 지난 10일 주가가 재차 16.45% 급등했다. 에스엠의 중장기적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하이브가 제시한 에스엠 공개매수 가격(12만원)까지 주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사모투자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UCK(유니슨캐피탈코리아)가 경영권 인수를 목표로 공개 매수를 진행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올들어 주가가 35.99% 상승했다. MBK·UCK 연합이 인수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과거부터 오스템임플란트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지적하며 최규옥 회장 퇴진 등을 주장해온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지분을 사들이며 경영권 간섭을 시도한 것도 주가 상승을 자극했다.

지난 10일 KCGI가 공개매수 참여를 공식화하며 경영권 경쟁에서 물러났고 오스템임플란트의 주가 역시 18만7800원으로 공개매수 가격(19만원)에 근접해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이득을 보게 됐다.

아울러 얼라인이 주주환원 정책 도입 등을 촉구하며 주주행동을 벌인 은행 지주 7곳의 주가도 배당 확대 등에 힘입어 올들어 모두 올랐다. JB금융지주(27.00%), 신한지주(16.76%), 하나금융지주(16.17%), KB금융(14.85%), DGB금융지주(11.30%), 우리금융지주(9.52%), BNK금융지주(8.15%) 등이다. 주주행동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들은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으면서 대부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반면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주주행동을 벌인 KT&G의 주가는 올들어 4.15% 하락했다. 지난달 27일 KT&G가 KGC인삼공사 분리 상장, 사외이사 확충 요구 등 행동주의 펀드들의 요구에 선을 그었다는 소식에 주가가 2.49% 떨어졌고, 이후에도 내림세를 이어갔다.

◇3년새 6배 늘어난 행동주의펀드 타깃 기업=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공격 받은 국내 기업은 3년 새 여섯 배 급증했다. 작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았다. 글로벌 의결권 조사기관인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주주제안 등을 통해 캠페인을 벌인 한국 기업은 지난해 47곳이었다. 미국(511곳), 일본(107곳), 호주(61곳), 캐나다(53곳)에 이어 세계 5위다. 행동주의펀드의 공격을 받은 한국 기업은 2019년 8곳, 2020년 10곳에 불과했지만 2021년 27곳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47곳으로 급증했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소액주주들이 합심해 주주제안에 나서는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 따르면 현재 소액주주 연대가 주주제안을 한 기업은 DB하이텍, 사조산업, 알테오젠, 오스코텍, 이수화학 등이다. 소액주주들은 이들 기업에 배당 확대와 자사주 매입·소각,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감사 선임 등을 제안했다.

◇"경영권 안정장치도 보장해줘야"= 이에 대해 일각에선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한 주주행동이 특정 요구 사항에만 쏠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인 이창민 한양대 교수는 "행동주의 펀드가 수익률 극대화를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단기적인 관점에서 배당 확대 요구만 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 가치 개선을 위한 구조적 개혁 등을 고민하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은 행동주의 펀드들에 대응할 마땅한 경영권 '방패'가 없다고 주장한다. '단기 차익(먹튀)'을 노리고 장기 성장을 해치는 행동주의 펀드들에 맞서 해외 주요 선진 국가들이 시행중인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제도 등을 도입해 경영을 안정시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포이즌필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했을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살 수 있도록 권리를 주는 제도다.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 자본시장에는 널리 보급돼 있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주식 1주에 복수의 의결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우리 시장은 해외와 견줘 제도가 균형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며 "경영권 방어 수단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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