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포커스] 실적 한파에 규제 칼바람까지… `연봉경쟁`하던 게임사들 구조조정

윤선영 2023. 2. 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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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게임산업 '겹악재'
코로나 특수 실종·불황 직격탄
주요기업 작년 4분기 실적 부진
엔씨 북미법인, 직원 20% 해고
크래프톤은 조직장 연봉 동결
확률형 아이템 등 규제도 부담

게임업계에 대·중견·중소기업할 것 없이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엔데믹 기조,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 P2E 게임(Play To Earn·돈 버는 게임) 규제까지 맞닥뜨렸다. 4분기 실적은 악화했고 구조조정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콘텐츠 수출 효자 종목인 게임산업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역대급 연매출에도 4분기 모두 '순적자'=국내 게임업계를 이끌고 있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과 '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모두 지난해 4분기에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는 연간으로 보면 역대 최대 매출을 올렸으나 4분기에는 다른 게임사들과 함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넥슨은 2년만에 연매출 '3조 클럽'에 복귀했다. 넥슨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3조3946억원(3537억엔), 영업이익은 9952억원(1037억엔)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29%, 영업이익은 13% 증가한 수치다. 신작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히트2'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뤄낸 쾌거다.

하지만 4분기 당기순이익은 부진했다. 넥슨의 4분기 매출은 7783억원(811억엔), 영업이익은 1053억원(110억엔)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49%, 269% 성장했다. 다만 당기순손실이 전년 동기 대비 136% 하락한 761억원(79억엔)에 달했다. 넥슨 측은 미국 달러 예금 자산의 외화환산손실로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 등의 성과에 힘입어 연간 매출이 전년 대비 11% 증가한 2조5718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은 매출 5479억원, 영업이익 474억원, 당기순손실 165억원을 보였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 57%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환율 하락으로 인한 외환 관련 영업외손실로 적자를 기록했다.

넷마블은 주요 게임사 중에서도 4분기 당기순이익 적자폭이 가장 컸다. 넷마블은 지난해 영업손실 1044억원, 당기순손실 906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4분기 기준으로 봐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한 6869억원이었고 영업손실 198억원, 당기순손실 4566억원을 기록했다. 대형 신작 부재와 기존 서비스 게임의 매출 부진, 스핀엑스 인수에 따라 발생한 무형자산 관련 평가 손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

크래프톤은 4분기 매출 4738억원, 영업이익 1262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8%, 178.8% 늘었지만 당기순손실이 1654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1조1476억원)과 영업이익(1776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76% 줄어든 2356억원, 108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손실은 2677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개발사인 라이온하트 스튜디오 지분 인수를 비롯해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 비용 등이 반영된 결과다.

◇수익성 타격에 연초부터 '구조조정' 행렬=수익성이 악화한 상황에서 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신작 출시 지연, 글로벌 경기 불황 등이 겹치며 구조조정 소식도 잇따른다. 코로나19 호황기에 있었던 연봉 인상 열풍이 인건비 부담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바일 게임 '쿠키런' 시리즈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최근 직원 '당일 해고' 논란에 휩싸였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달 말 쿠키런 IP(지식재산권) 기반의 팬 플랫폼 '마이 쿠키런' 사업 종료를 공식화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는 도중 당일 해고 통보 논란이 불거졌다. 데브시스터즈는 의사소통 오류일 뿐 당일 해고 통보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사업 종료로 인한 구성원들의 다른 프로젝트·부서 이동 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를 두고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그 여전함이 환장스럽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류 의원은 지난 8일 열린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게임업계는 프로젝트팀을 폭파하면서 당일 권고사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며 "노동부가 산업별 교섭을 적극 지원하고 유도해서 업계 전체의 관행을 바꾸는 '판교 IT·게임 기업 통합교섭 모델'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엔씨소프트 북미법인 엔씨웨스트는 최근 제프리 앤더슨 CEO(최고경영자)를 포함해 전체 직원의 20%가량을 내보냈다. 해고 대상은 주로 비개발 직군이다. 엔씨웨스트는 엔씨소프트가 북미시장 공략을 목표로 2012년 설립한 법인이다. '리니지2', '길드워2' 등을 서비스하고 있다. 엔씨웨스트의 인력 감축은 불투명한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응하려는 차원이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2년여 만에 정리하고 인력 재배치에 착수하기도 했다.

넷마블의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는 최근 산하 기업 메타버스월드의 조직개편에 나섰다. 메타버스월드 직원 일부를 넷마블에프앤씨로 전환 배치하는 것이 골자로 관련 사업 성과가 미진하자 내린 결정으로 풀이된다.

크래프톤은 다음 달부터 조직장 연봉을 동결한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지난달 19일 사내 소통 프로그램인 '크래프톤 라이브 토크(KLT)'에서 "우리의 궁극적인 비전은 게임이라는 강력한 IP를 확보하고 확장해 나가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올해는 역량을 응축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확률형 아이템에·P2E까지 '규제 악몽'=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게임 관련 각종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전체회의를 열고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게임산업진흥법 전부개정법률안(게임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게임법 개정안은 게임의 제작사·배급사·제공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시정권고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위반 시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게임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남겨뒀다. 하지만 관할 상임위원회 여야 의원들의 합의로 통과한 만큼 별 탈 없이 입법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게임업계는 이번 입법 움직임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게임사는 자율 규제로 확률형 아이템을 관리·운영하고 있고 해외 게임사들은 이를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법으로 명시할 경우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임업계는 앞서 심야 시간 청소년의 PC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적으로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으로 낙인을 찍힌 바 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PC 온라인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규제 법안으로, 지난 2011년 청소년들의 수면 시간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국내에만 존재하는 '갈라파고스' 규제이고 게임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라는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됐고 정부는 결국 2021년 도입 10년 만에 폐기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게임정책학회 측은 "법률은 한 번 만들어지면 이후 폐기되거나 수정하는 것 역시 오랜 절차와 시간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게임 환경에서 적절하지 못한 법안은 미래에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 법안은 현재의 이용자의 여론뿐만 아니라 미래의 게임 환경까지 아울러 이용자 보호가 가능한 법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P2E 게임도 국내에서는 꽉 막혀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최근 게임사 스카이피플과 나트리스가 게임물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등급분류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잇따라 기각했다. 게임위는 현재 P2E 게임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등급분류를 직권취소 또는 거부하고 있다. 사법부가 게임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국내 P2E 게임의 허용 가능성은 더욱 요원해졌고 게임사들은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여기에 웹보드게임을 사행성 게임으로 정의·분류해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웹보드게임을 서비스 중인 게임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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