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대행사’ 왕 회장 전국환, 심장 쫄깃하게 하는 흥미로운 캐릭터

2023. 2. 12.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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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대행사'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광고대행사 VC기획 '고아인'(이보영) 상무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오피스 드라마다.

그러면서 왕회장은 고아인에게도 하나 가르쳐달라고 하면서 "넌 내 손자손녀인 강한수 부사장(조복래)과 강한나 상무(손나은), 둘 중 누구 손을 잡을 건가"라고 물었다.

왕 회장은 비굴하게 아부하지 않는, 자신과 닮은 고아인이라는 머슴을 손자 손녀를 강하게 키울 스파링 파트너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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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JTBC 토일 드라마 ‘대행사’에는 일에 미친 듯 매진하는 고아인(이보영 역) 상무나 고 상무의 일을 건건이 방해하는 최창수 상무(조성하 역) 혹은 ‘한국판 패리스힐튼’이 따로 없는 강한나(손나은 역) 상무보다 더 흥미로운 캐릭터가 있다. 바로 강 상무의 할아버지인 강근철(전국환 역)이다.

강근철은 극 중에서 왕 회장으로 불리면서 주요 인물들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뒤에서 이들을 좌지우지한다. 분량은 적어도, VC그룹의 절대 권력인 그가 하는 말과 행동, 그것들이 주요 인물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미 아들 강용호(송영창 역)에게 그룹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자신은 일선에서 물러난 노인이지만, 북한 사투리로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예사롭지 않다.

왕 회장에게는 “이기는 편이 우리 편”이고 “살아남은 자가 성공한 자”다. 용호도 아들이기 이전에 자신의 ‘머슴’이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돈 받아서 먹고살고 있으니. 자신의 손녀 강한나가 회사 일로 고민하면 “뭘 고민해, 그런 일은 머슴한테 맡겨. 그러라고 월급 주는 거 아닌가”라고 한다.

젊은 시절 월남한 후 열심히 일을 해 재벌이 됐지만 아들 용호가 자신의 기업을 제대로 이어갈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들이 회장으로도 리더십이 부족하고 물렁하다고 생각해, 대신 두 손자·손녀를 치열하게 경쟁시켜 살아남는 자를 후계자로 만들 심산이다. 뒤에서 큰 그림을 그리며, 자신의 계획대로 기업이 돌아가게 만드는 노련한 실력자인 그는 승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손자·손녀를 리모콘으로 조정하는 전략가다.

특히 11회에 등장하는 왕 회장과 고아인 상무의 독대는 기억에 남을 정도다. 왕 회장은 고 상무를 집으로 부르면서 선물을 사오라고 한다. 왕 회장이 한창 일할 때 마라톤 회의를 하면서 먹던 크림빵을 사갔다. 왕 회장은 “난 이걸 좋아하는데, 사람들은 제과점 빵을 갖다주지.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라고 묻자 고 상무는 “더 비싼 걸 드리는 게 예의라고 생각하니까요”라고 답한다.

이에 왕 회장은 “그게 어떻게 예의니? 욕심이지. 상대가 원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생색낼 수 있는 걸 가져다준다. 그래서 지가 원하는 걸 상대한테서 받아낼 수 있다고 착각하니까”라면서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그것 하나만 집중하라. 그럼 나머진 저절로 해결되니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 회장은 고아인 상무에게도 하나 가르쳐 달라고 하면서 “넌 내 손자·손녀인 강한수 부사장(조복래 역)과 강한나 상무, 둘 중 누구 손을 잡을 건가”라고 물었다. 고 상무는 “말 안하겠다. 회장님은 제 생각을 묻는 게 아니라, 제가 회장님 지시에 따르길 원하는 거잖아요”라고 하니 왕 회장은 “오랜만에 사람이랑 말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왕 회장은 “강한수·강한나, 그 누구의 손도 잡지 말라. 이들의 스트레스가 되어라”고 지시했다.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힘, 회장이 되려면 그게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고 상무는 “그렇게 하면 자칫 공공의 적이 될 수 있는데, 내가 얻을 수 있는 건 뭐죠?”라고 하자, 왕 회장은 “내가 도둑놈 심보로 보이니? 니가 원하는 걸 내가 모르겠어?”라고 말했다. 고 상무가 원하는 것을 주겠다는 무언의 약속이 오간 것이다.

이거야 말로 윈윈 게임이다. 왕 회장은 비굴하게 아부하지 않는, 자신과 닮은 고아인이라는 머슴을, 손자·손녀를 강하게 키울 스파링 파트너로 선택했다. 그래서 극한의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인간으로 살아남은 생존자를 후계자로 삼으면 된다. 고아인 상무는 잠도 못자고, 정신질환을 앓으며 회사 일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광고대행사에는 최창수 상무처럼 정치 질을 하며 살아남는 사람도 있지만, 일밖에 모르는 프로페셔널도 많다.

영혼을 갈아 일하는 고아인 상무에게도 큰 성취인 VC기획의 최고경영자(CEO)가 될 수 있는 기회다. 왕 회장은 사람을 정확히 볼 줄 안다. 아무나 왕 회장 하는 거 아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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