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SM 인수 … 남은 변수는 가처분·카카오·독과점

오대석 기자(ods1@mk.co.kr), 정주원 기자(jnwn@mk.co.kr) 2023. 2. 1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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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에 전격 나서면서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에게 반기를 든 현 경영진과 카카오가 대응할지 여부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 경영진과 손잡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SM 인수를 저지하는 방법은 더 높은 가격에 지분을 대거 사들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 전 프로듀서 지분 14.8%를 확보하고 공개매수까지 들어간 하이브가 사실상 인수에 가까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이브는 최대 25%에 이르는 SM 지분을 다음달 1일까지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첫날인 지난 10일 주가는 11만4700원까지 올랐으며 이는 공개매수 가격인 12만원에 근접한 것이다. 얼마나 많은 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지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이 전 프로듀서와 같은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는 것이어서 응하는 주주들이 꽤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고 다음달 6일 이 전 프로듀서 지분까지 넘겨받으면 4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이 전 프로듀서의 남은 지분마저 사들이면 43%를 보유하게 된다. 이 정도 지분이면 사실상 하이브가 지배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카카오가 반격하려면 일단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무효 가처분소송을 넘어야 한다. 이 전 프로듀서 측은 SM 현 경영진이 카카오에 9.05%의 제3자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결의하자 무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통상 2~4주 후 가처분소송 결과가 나오는 것을 감안하면 법원 판결은 카카오의 신주 납입대금일인 3월 6일 이전에 내려질 가능성이 있다. 판결에서는 카카오의 신주와 CB 인수 목적을 밝히는 것이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법에서 경영상 목적이 아니라 경영권 분쟁을 목적으로 제3자에게 신주나 CB를 발행하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이 전 프로듀서 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는 "얼라인파트너스와 이 전 프로듀서 간 경영권 분쟁이 있는데, 얼라인과 손잡은 이성수·탁영준 SM 공동대표가 제3자 배정으로 신주와 CB를 발행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카카오와 SM 측은 "전략적 제휴로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한 확장이라는 경영상 목적을 위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만약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가 SM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지분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SM 지분을 매입하려면 인수비용이 커지는 데다 동력도 상실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처분 신청이 기각돼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하면 기사회생할 기회는 남아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 SM 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서겠지만 이때 주당 12만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야 한다.

하이브가 다음달 1일 공개매수에 성공한 후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오면 카카오가 추가 지분 매입을 결정하는 것은 더더욱 부담스러워진다. 이미 지분 43%를 확보한 하이브보다 더 많은 지분을 취득해야 하는데, 이때 인수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

이선화 KB증권 연구원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면 카카오는 자체 확보한 지분과 얼라인 등 우호지분을 모두 합해 의결권 약 29%를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약 43%인 하이브 의결권에 한참 못 미친다"며 "약 2000억원을 들인 자체 지분이 계륵이 될 수도 있어 하이브가 제시한 12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 SM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 카카오가 다른 매물을 찾을 가능성이 높기에 SM 주가는 단기 12만원에 고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브의 계획대로 다음달 6일 SM 지분 40%를 확보할 때에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이나 매출액이 300억원 이상인 상장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하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하이브가 취득하기로 한 이 전 프로듀서 지분은 14.8%로 이 기준에 소폭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어서 신고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국내 대표기업인 하이브와 SM이 합쳐지면 다방면에서 지배적인 점유율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집계하는 국내 공인 음악 차트인 써클차트(옛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앨범 판매량 상위 30위 기업 가운데 하이브가 26.9%, SM이 25.2%를 차지했다. JYP는 20.4%, YG는 7.8%, 카카오는 5.9%를 기록했다. 다만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을 상대로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독과점 심사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이브는 '독립적 권한을 가진 멀티 레이블 체제'라는 점을 강조한다. 한 관계자는 이날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일각의 경영진 교체설에 대해 "물갈이를 한다면 SM을 인수하는 이유도 없다"며 "기존의 SM다운 음악 색깔을 유지하면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가 SM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후 추진할 이사진 교체 범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 SM 이사회 임기가 다음달 26일 만료되는 만큼 이성수·탁영준 현 공동대표의 연임 여부와 신임 이사진 구성이 주총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이미 이 전 총괄로부터 정기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과 이사 선임 협력을 약속받았다. 또 하이브가 '이 전 총괄 경영 배제' 방침을 밝힌 만큼 기관투자자들이 하이브 측의 이사 선임 제안을 반대할 명분도 떨어진다.

[오대석 기자 /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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