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조선사에 밀려 몰락한 도시 …'로봇'이 되살려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2. 1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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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오덴세市의 대반전
해운사 머스크, 로봇硏 설립
"낡은 기술로 富國 불가능"
노조도 로봇 도입 적극 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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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설로봇(UR)이 탄생한 덴마크 오덴세는 최근 전 세계 로봇 연구자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도시다. UR을 비롯해 수많은 로봇 스타트업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전 세계에서 쓰이는 로봇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도시가 한국 조선업에 밀려 쇠퇴했다가 로봇을 기반으로 부활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혁신에 적극 협조한 노조 역할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덴세는 1970~1980년대 조선업으로 위용을 떨쳤다. 세계 1위 해운사 머스크의 조선소가 있었고 이를 중심으로 지역경제에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한국 조선사들이 치고 올라오자 상황이 변했다. 덴마크 조선업은 줄곧 내리막을 걸었고 급기야 오덴세 경제를 떠받치던 조선소는 2012년 문을 닫았다. 실업률이 10% 가까이 치솟을 만큼 도시가 쇠락하자 시(市)정부, 기업, 대학은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머리를 싸맸다. 이들이 택한 반전 카드는 '로봇'이다. 조선업으로 축적한 자동화 기술, 제조 노하우를 접목해 태동하는 로봇산업에 도전한 것이다. 고임금으로 시작된 제조업 침체를 첨단기술로 타개하려는 복안도 있었다.

1990년대 중반 머스크는 정부와 합작해 오덴세 덴마크남부대(SDU)에 로봇연구소를 설립했다. 투자금은 전 세계에서 로봇 연구자를 영입하는 데 쓰였다. SDU는 거의 모든 오덴세 로봇기업의 '두뇌' 역할을 하고 있다.

시정부는 오덴세 로보틱스라는 전담 지원 조직을 만들고 예산을 아낌없이 투입했다. '대학·기업·시정부'의 협력하에 로봇 창업 선순환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덴마크는 400개가 넘는 혁신 로봇 스타트업을 보유한 국가가 됐다. 오덴세를 거점으로 한 덴마크 로봇산업이 벌어들이는 돈은 2021년 기준 28억유로(약 3조7955억원)에 달한다.

로봇산업은 활력을 잃어가던 덴마크 경제에도 돌파구가 됐다. 덴마크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노동력 부족을 생산라인에 로봇을 투입하는 공장 자동화로 타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덴마크 금속노조는 "낡은 기술로 부자가 된 나라는 없다"며 로봇 도입을 반기고 있다. 킴 포울센 UR 최고경영자(CEO)는 "코봇은 불쾌하고 반복적이고 위험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이는 사람들이 더 중요하고 흥미로운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면서 "어떤 경우에는 자동화가 기업 생존을 유지함으로써 일자리를 지키는 데 필수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덴마크 기업들이 개발한 로봇은 숙련이 필요한 노동력을 채우고, 인간 노동자의 생산성도 향상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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