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튀르키예, 형제국가 실감…새로운 2막 열릴 것"
사망자 2만8000명 훌쩍 넘어
"방한용 텐트·핫팩·양말 필요"
韓 구호대, 생존자 8명 구조
"지난해 말 갓 부임했을 때만 해도 한국이 튀르키예의 형제 국가라는 말을 그저 형식적인 수사로 여겼다. 하지만 사고 발생 직후 한국 국민에게 '돕고 싶다. 내가 어떻게 도우면 되겠냐'는 수백 통의 전화가 대사관으로 걸려와 북새통을 이뤘다. 형제 국가라는 말은 결코 말뿐이 아님을 실감했다."
지난 9일 서울 장충동 튀르키예대사관에서 만난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한 말이다. 그는 "피해 지역 반경이 180~200㎞에 달한다. 남한 전체에 해당하는 면적이 피해를 본 것과 같다"며 "튀르키예는 너무나도 큰 불운을 겪게 됐다"고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11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사망한 사람이 2만8000명을 넘어섰다.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신이 많은 데다 수도나 화장실 등 기본적인 시설이 모두 파괴됐다. 이에 더해 약탈 행위마저 기승을 부리며 생존자들을 위협하고 있다. 타메르 대사는 "골든타임이 지나간 상황에서 수많은 사람이 아직 잔해에 깔려 있다"며 "아무리 절망적이어도 생존자들이 발견되고 있다. 신께서 기적을 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긴급구호대는 이날 생존자 2명을 추가로 구해내 총 8명을 구조했다. 12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긴급구호대는 전날 튀르키예 남부 하타이 주도인 안타키아에서 17세 남성과 51세 여성을 같은 건물에서 구조했다. 72시간으로 알려진 구조 '골든타임'이 훨씬 지난 시점에 생존자를 찾아낸 것이다.
타메르 대사는 한국의 잇단 구조에 대해 "여진으로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데도 현지 구조대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 안으로 뛰어든다고 들었다. 감사한 일"이라며 "현재 한국의 지원은 실리를 따지는 계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이 비극을 딛고 양국은 인도적 지원과 외교뿐만 아니라 경제·국방 차원에서도 더 깊은 관계를 맺는 2막을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지에서 가장 시급한 물자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식량은 크게 부족하지 않다. 다만 생존자들이 머물 방한용 텐트가 가장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운 날씨 때문에 보온을 위한 핫팩, 두꺼운 옷이나 양말 등이 필요하다"며 "지진 피해로 전력 발전도 차단됐다. 휴대폰, 세탁기 등 전자제품 사용을 위한 발전기 혹은 보조배터리 등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외교 갈등을 빚던 그리스와 스웨덴, 이스라엘 등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놀랍지 않은가. 전 세계인 모두가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시 하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번 참사로 우리 모두의 인간성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리고 우리는 그 시험을 잘 통과하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고 싶다."
[한재범 기자 /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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