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과 안철수의 최대 약점은?···국민의힘 대표 후보 SWOT분석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본경선에 나서는 당권주자가 지난 10일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로 압축됐다. 양강인 김 후보와 안 후보는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이 명확하게 엇갈린다. 김 후보에게 강점인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안 후보에게 약점이고, 안 후보에게 강점인 인지도가 김 후보에게는 약점이다. 김 후보가 당대표와 대통령의 관계를, 안 후보가 내년 총선 경쟁력을 거듭해서 강조하는 것도 이러한 강·약점과 관련이 있다. 본경선에 나온 당권주자들의 강점·약점과 기회(Opportunity)·위기(Threat)를 분석해봤다.
김기현 “안철수, 대표되면 대통령 칼 겨눌 수도”
김 후보는 12일 KBS <일요진단>에 나와 “전당대회 국면에선 연락을 자제하고 있는데 그 이전에 대통령과 전화, 문자를 주고받고 만나기도 하면서 긴밀하게 소통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안 후보는 그간 민주당과 같이 이상민 장관 해임을 요구한 바 있다. 대표가 되면 대통령에게 칼을 겨눌 수 있다는 걱정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적었다. 안 후보가 지난 대선 전 연설에서 “윤석열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말한 점도 거론했다. 자신은 대통령과 잘 호흡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경쟁 상대인 안 후보는 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과 삐걱댈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김 후보가 최근 대선주자는 당대표가 되면 안된다고 강조하는 것도 안 후보가 당선되면 ‘현재 권력 대 미래 권력’의 갈등이 심해질 것이란 당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윤심이 김 후보에게 위기가 될 수도 있다. 당원들 사이에 대통령실이 최근 전당대회에 개입한 데 대한 비판과 총선에서 당이 대통령실에 지나치게 휘둘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김 후보 지지도는 대통령 국정지지율과 연결되는데 최근 난방비 급등 등 민심이 악화하는 점도 불안 요소다. 김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결선투표가 열리면 안 후보와 천 후보의 지지세가 결집해 반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안철수 “대표가 지원유세하는데 ‘저 사람 누구지’ 그러면 되겠나”
안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 (총선) 출마 지역은 공천관리위원회 결정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며 “현재의 지역구(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하라면 할 것이고 수도권 승리를 위해 험지 출마를 요청하면 기꺼이 따르겠다”고 말했다. 울산 남구을을 지역구로 둔 김 후보에게 수도권 출마를 요구했던 공세의 연장선이다. 전날 인천 계양구 당원들을 만난 자리에선 “총선 지원유세를 하는데 ‘저 사람 누구지’ 그러면 되겠나. 다 아는 당대표가 나와야 한 사람이라도 더 당선시키 수 있다”고 주장했다. 높은 인지도와 수도권 중도 표심을 끌어올 수 있는 자신의 강점을 강조하면서 대중 인지도가 낮은 김 후보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안 후보는 자신에 대한 대통령실의 ‘비토’에도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친윤과 반윤 사이 중도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중도 입장은 결선투표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선명성이 떨어져 선거 운동 과정에서 양쪽의 공격을 받고 지지층을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 선두를 달릴 경우 친윤계의 공격이 전보다 더 수위 높게 전개될 수도 있다.
천하람 “이준석은 공격수, 당 리더는 천하람”
천 후보는 유일한 30대 주자에다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퇴출’ 구호를 외치고 ‘대통령의 공천 개입 금지’를 당헌에 명시하겠다고 할 정도로 개혁과 반윤석열의 선명성이 뚜렷하다. 대구 출신 변호사인데 험지인 전남 순천에 지역구 도전을 한 점도 울림을 준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당대표에 도전할 정도의 경력이 있느냐에 물음표가 달린다. 이준석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힘을 싣고 있고, 입담이 좋아 방송의 정치패널로 인기가 높았던만큼 TV토론에서 ‘한 방’을 보여줄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전 대표는 천 후보가 빠르게 지지율을 높이는 데는 힘이 됐지만 앞으로 제약이 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가 축출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당내 갈등에 대한 잔상이 당원들에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천 후보는 이날 오찬간담회에서 “스트라이커(공격수)로는 이준석이 낫지만 당을 이끄는 데에는 오히려 천하람이 리더감” “난 젊은 세대에게 인기 없고 60·70대 아이돌이다. 이준석과 다르게 ‘1등 사윗감’ 느낌”이라고 하는 등 이 전 대표와 차별화하려고 노력했다.
황교안, ‘부정선거’ 이미지로 확장성 제약
황 후보는 당내 강성 보수와 기독교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이날 서울 순복음강남교회 예배에 참석했다. 황 후보는 지난 총선 이후 거듭 부정선거 이슈를 제기하면서 부정선거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세력들에게 확장성이 제약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총선 때 당을 강성 보수로 이끌다 패배했던 전력도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본선 투표에선 황 후보 지지층 일부가 김 후보에게 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두리 기자 red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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