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산부인과를 폭탄 테러했나
기독교 맹신으로 테러 감행
'파친코' 감독 드라마화 결정
테러를 6분 남긴 시각. 그들은 손을 떨며 축하의 와인잔을 부딪친다. 3분, 2분, 1분…. 건물이 붕괴되고 '신의 숨결처럼' 연기가 솟아오른다.
권오경 장편소설 '인센디어리스'(문학과지성사)의 첫 장면이다. 극단주의 기독교에 빠진 20대 여성이 임신중절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 폭탄 테러를 하는 이야기. 권오경은 단숨에 '뉴욕타임스 주목받는 작가 4인'으로 뽑혔다. 11일 간담회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들은 종교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종교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 중 하나가 확신이지만 나는 이 확신에서 떨어져 있으려고 한다. 기독교는 확신에 대한 갈망을 채워준다. 나는 확신에 대한 갈망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한국계 '피비'가 주인공이다. 피아노 신동인 피비는 아이비리그 대학에 입학할 정도의 수재였다. 그러다 자신이 운전하던 중 교통사고로 엄마가 이승을 떠나자 종교관이 흔들린다. 방향과 의미를 상실한 삶. 피비는 교주 '존 릴'을 만난 뒤 임신중절 병원 폭탄테러를 감행한다. 생명을 지키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는 환희, 엄마를 잃은 상실감 이후 비로소 '의미'를 찾았다고 그는 확신한다.
"제목 '인센디어리스'의 함의는 폭발물, 또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연설이 될 수도 있다. 영어권에선 '하나님을 위해 나를 불사른다'란 표현이 있다. 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목사, 선교사가 되고 싶었지만 17세 때 종교를 잃었다. 그럼에도 종교는 영감과 슬픔을 동시에 주는 원천이다."
'인센디어리스'는 애플TV+ 드라마 시리즈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 차기작으로 낙점됐다. "드라마화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흥분했다. 정치적인 의미를 가진 일이어서다. 5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보는 일은 흔치 않았다. 각본을 보고 내 작은 생각을 코멘트하고 있는데, 정말 만감이 교차한다."
권 작가는 공식 석상에선 눈가에 아이섀도를 바른다. 출판사 표현대로 '워 페이스(war-face)'다. 그는 "사실 오늘 인터뷰 직전에도 어머니가 아이섀도를 하지 말고 나가는 게 어떻겠느냐고 말씀하셨다"고 웃으며 말하면서 "하지만 이건, 아시아계 여성은 약하고 순종적이리란 편견에 맞서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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