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흐르는 임진강처럼 경계없는 자연
세계적 건축가·작가 마야 린
페이스갤러리 서울 개인전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임진강과 한강의 물줄기가 정치적 분단과 상관없이 흘러간다. 멀리서 보면 섬세한 드로잉(소묘)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촘촘히 박힌 핀들의 행렬에서 어떤 율동감이 느껴진다.
미국 오하이오주 시골에서 자라던 어린 시절부터 물에 매료됐다는 중국계 미국인 건축가 겸 작가 마야 린(64)이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개인전 '마야 린: 자연은 경계를 모른다'를 열고 있다. 국내 개인전에 맞춰 처음 방한한 그는 신작 'Pin Gang-Imjin and Han'(2022)과 'Marble Han River Dam'(2022)을 선보였다. 전자는 하얀 판에 핀으로, 후자는 재활용한 구슬로 충주호 물줄기를 구현한 입체 작품이다. 작가는 "인간이 그은 정치적 경계선과 상관없이 물은 흐르고 자연은 살아 있다"며 "인공위성 이미지를 기본으로 하되, 남북 분단 이전 옛날 지도도 참조하면서 만들었다"고 전했다. DMZ(비무장지대)가 오랫동안 인간의 접촉이 없어 생물보존지로 남게 된 점도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기체, 액체, 고체로 형태를 바꾸는 물의 조각적 특성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시각화해온 경험을 새로운 연작에도 살려냈다. 4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강을 재활용 은으로 벽에 구현한 'Silver Tigris & Euphrates Watershed'(2022·사진)는 우아하다.
마야 린은 미국 워싱턴DC의 '베트남 참전용사비'(1982)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건축가이자,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크리스털 어워드를 수상한 환경운동가 겸 예술가다. 정확한 정보를 시각화함으로써 대량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에 주목하는 캠페인 '무엇이 실종되었는가(What's missing)?'의 업적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반전운동과 여성과 원주민의 권리 등 미국의 역사를 기록하는 기념비 작업에 특화한 그는 "이 프로젝트야말로 나의 마지막 기념비 작업이 될 것"이라며 "건축과 미술, 기념비는 일종의 삼각대처럼 내 인생의 핵심 축"이라고 했다. 다만 마야 린의 40년 대표작 위주로 담기에는 좁은 전시장 탓에 작품들이 건축물 미니어처처럼 느껴지는 것은 아쉽다. 전시는 3월 11일까지.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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