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녹내장에 좋은 영양제는 없다 … 관리 가장 중요

"시력이 떨어진 것 같아요." "흐려 보여요." "휴대폰을 조금만 봐도 눈을 뜨기 힘들고 눈물이 나요."

진료실에서 많은 녹내장 환자를 만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이다. 사실 이 질문들은 거의 대부분 녹내장이 아닌 안구건조증과 관련된 사례가 많다.

녹내장은 소위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대부분 특별한 자각 증상을 느끼기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녹내장이 아니라 안구건조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물론 녹내장 안약을 사용하면 안구건조증이 악화될 수 있어 녹내장 환자가 일반적으로 안구건조증을 더 많이 겪는 것은 사실이다.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증상 여부를 구별하는 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루 중 증상에 변화가 있는지, 눈을 감고 있으면 편해지는지, 인공눈물약 점안으로 일시적이지만 증상이 개선되는지 등을 확인해보면 된다. 이러한 경우는 안구건조증으로 인한 증상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공눈물약 사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녹내장 안약을 점안할 때 5분 전후로는 인공눈물약 사용을 피하는 게 좋다.

◆ "루테인 먹어야 할까요"

루테인은 항산화제 성분으로 좋은 성분이지만 녹내장에 대해서는 효과가 밝혀진 바가 없다. 일부 황반변성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녹내장을 포함한 다른 안과적 질환에 모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치 눈 건강을 위해 꼭 먹어야 하는 것처럼 잘못 알고 계신 분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녹내장에 도움이 된다고 정확히 밝혀진 영양제는 없으니 너무 보조식품에 연연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해 치료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일반적으로 몸에 좋은 것이 눈에도 좋을 수 있다고 이해하면 된다. 적당한 운동과 녹색 채소 위주의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움이 된다.

◆ "복용약 주의사항에 녹내장 환자는 조심하라던데요"

주의해야 하는 경우는 대부분 폐쇄각 녹내장에 해당한다. 녹내장은 방수가 배출되는 전방각 구조에 따라 크게 개방각 녹내장과 폐쇄각 녹내장으로 나눌 수 있다. 폐쇄각 녹내장은 일부 약물 때문에 급성 안압 상승이 유발된다. 따라서 본인이 복용하는 약물 설명서에 녹내장 주의사항이 적혀 있다면 주치의에게 본인의 녹내장 유형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개방각 녹내장은 대부분 큰 문제가 없지만, 폐쇄각 녹내장은 급성 안압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레이저 치료나 백내장 수술 등이 필요할 수도 있다. 다만 스테로이드 성분의 약물은 개방각이나 폐쇄각에 상관없이 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 "무거운 거 들면 안 되나요?"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물구나무서기를 할 경우, 악기를 불거나 수영할 때 물안경을 낄 경우 안압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안압은 단순히 올라가는 것뿐 아니라 지속적인 상태가 훨씬 중요하다. 따라서 이러한 행동들이 잠시 안압을 올릴 수는 있어도 실제 그 시간이 아주 길지 않기 때문에 임상적으로 전혀 문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많은 환자가 생활에서 조심하기 위해 근력 운동을 하지 않고 취미 생활도 제한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녹내장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취미 생활을 충분히 하면서 동행하는 개념의 치료가 필요하다. 눈 건강 못지않게 전신 건강도 중요하기 때문에 근력 운동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은 안약만 잘 점안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정기적 검사를 통해 진행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잠자는 자세도 마찬가지다. 옆으로 돌아누울 때 아래쪽 눈의 안압이 좀 더 올라간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평생을 불편하게 잘 수는 없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본인에게 가장 편안한 자세로 충분한 양질의 수면을 취하는 것이 우리 몸과 눈, 녹내장 관리에 더 좋을 수 있다.

[배형원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