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노린 인수"? SM 품으려는 하이브에 대한 기대와 우려
합병 시너지로 제2의 '뉴진스' 기대
시장 독점 따른 다양성 침해 우려도
지난 10일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4.8%를 인수하며 SM의 최대 주주로 떠올랐다. (관련기사: '이수만 지분 확보' 하이브, SM 품고 공룡 엔터 기업 될까) 하이브와 SM의 결합은 향후 K팝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주요 스타들을 거느린 양사의 결합은 K팝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시너지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독점에 따른 다양성의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분위기다.
기대_ '엔터 경영'의 가치 지킨 결합… 제2의 '뉴진스' 기대도
하이브의 SM 인수 결정에 대해 업계의 '원톱' 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무리한 행보라는 진단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엔터테인먼트 업계 출신 특유의 경영 가치'를 탑재하지 않은 카카오 등 IT 기업의 SM 점령에 대한 방어전이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하이브와 SM는 시장 개척 정신과 대체 불가한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한 사업 성장이라는 경영가치를 공유한다. 이수만 SM 창업자는 끝없는 도전으로 K팝 산업의 주도권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SM은 H.O.T와 S.E.S를 성공시키며 아이돌 1세대 포문을 열었고, 보아를 내세워 '한류'를 대중화했다.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f(x)' '엑소' 등 독보적인 아티스트들을 내세워 2세대 아이돌 시장도 선도했다. 2020년 '에스파'에 이르러서는 메타버스 세계관을 K팝 시장에 접목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역시 세계적인 스타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K팝이 고전했던 미국・유럽 시장을 개척한 인물이다. 창업자 개인의 영향력으로 사업을 이끌던 기존 3대 기획사(SM, YG, JYP) 방식에서 탈피해 멀티 레이블 체제를 정착시키기도 했다. 'BTS' 이후에도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고유의 음악성을 지닌 아티스트 배출에 집중하며 입지를 키웠다는 점은 이수만 창업자와 공통점이다. 동일한 가치를 추구해온 두 기업의 결합이 전에 없던 상승 효과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SM에서 다수 아티스트 디렉팅을 담당했다가 하이브 산하에 독립 레이블을 설립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성공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민 대표는 성 상품화를 배제하고 퍼포먼스를 강조하는 등 기존 걸그룹과는 다른 콘셉트로 성공을 거둔 메가 히트 그룹 ‘뉴진스’를 탄생시켰다.
해외에도 공룡 기업이 다른 기업의 인수를 통해 시너지를 낸 사례가 적지 않다. 지난해 넥스트 게임즈(핀란드), 스프라이 폭스(미국) 등 유수의 게임 엔터테인먼트사의 지분을 사들인 넷플릭스는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를 소재로 한 게임을 출시해 구독자 이탈을 막고 있다. 특히 2021년 11월 출시한 '기묘한 이야기' 게임은 이용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두 창업자의 사업 방식은 대개 실험적이라서 통상 실익 비용을 먼저 따지는 IT 기업식 발상과는 맞지 않을 수 있다”면서 “(방 의장은) IT 기업이 개입해 양사의 공통 경영 가치를 훼손할 것을 막으려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뒤 "앞으로도 아티스트 위주의 기존 가치를 지키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려_다양성 침해, 혼란 가중... 피해자는 결국 아티스트
그러나 '뉴진스'로 대표되는 장밋빛 미래는 기적적인 예시 하나일 뿐 오히려 아티스트의 개성이 획일화될 우려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디즈니 등 인수・합병을 거친 거대 콘텐츠 기업에서 나타나기 쉬운 단점이 '획일화'"라며 "특히 K팝 음악의 경우 송 캠프 구성, 안무 시안까지 기업이 의사결정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아티스트의 작업은 (기업 합병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브 내부뿐만 아니라 다른 기획사 아티스트 활동의 획일화도 우려된다. 김성수 평론가는 "K팝의 해외 수출 경로 독점화가 불가피하다"며 "미국・유럽권은 하이브가, 아시아권은 SM이 선점한 이상 이들을 통하지 않으면 해외 진출이 사실상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하이브가 이미 레이블 위주로 개성 있는 결과물을 배출하는 만큼, 획일화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도 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주주 간 다툼은 아티스트의 다양성 침해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미 하이브와 SM 모두 레이블 체제를 추구하고 있어서 '동일한 회사'라고 정의하는 것 자체에도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주들의 경영권 다툼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흐를 경우 그 혼란은 고스란히 소속 아티스트와 팬들의 몫이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하이브・SM 소속 아티스트 팬덤 위주로 아티스트들의 재계약・복귀 등 여부가 불투명해졌다며 불안감이 표출되고 있다. 정덕현 평론가는 "K팝 성공의 실제 주역은 아티스트와 팬덤인데 정작 이들이 모든 논의에서 소외된 경향이 있다"며 "사태 장기화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은서 기자 silv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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