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뷔와 나영석은 멕시코서 왜 핫도그를 팔았을까
"북미로 역수출된 한국식 핫도그" 팬데믹으로 커진 한류 여파
①교류 회복 ②'국뽕'의 하이라이트
'코리안 스트리트 푸드'. 멕시코 유명 휴양지 캉쿤에서 남쪽으로 차를 타고 4~5시간 달려야 나오는 작은 마을 바칼라르에 영어로 이런 간판이 세워진 식당이 지난해 12월 들어섰다. 멕시코 교외에서 한국의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에 처음엔 파리만 날렸다. 입소문이 나자 상황은 급변했다. 예약 문의가 잇따랐고 식당 입구엔 대기 줄까지 늘어섰다.
외국 남성들도 즐겨 찾는 한국식 핫도그
멕시코 한국 분식 맛집으로 떠오른 이곳의 요리사는 배우 정유미와 박서준 그리고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뷔. 24일 첫 방송을 앞둔 tvN 예능프로그램 '서진이네' 촬영차 문을 연 이 식당의 인기 메뉴 중 하나는 핫도그이다. 박서준 등은 길쭉한 빵을 반으로 갈라 소시지를 넣은 미국식과 달리 막대에 소시지를 꽂은 뒤 반죽에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긴 뒤 설탕과 케첩을 뿌린 채 팔았다. 어린이뿐 아니라 덩치 큰 외국 성인 남성들도 이 핫도그를 즐겨 찾았다. 한국 분식집 메뉴로 왜 핫도그를 내놨을까. 최근 전화로 만난 나영석 PD는 "통으로 튀겨 설탕 발라 먹는 핫도그는 우리가 원조"라며 "외국에서 인기 좋은 한국 음식이라 이번에 도전해봤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한국식 핫도그는 요즘 K푸드 수출의 효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 '2022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냉동식품'에 따르면 핫도그는 지난해 두 번째로 많이 수출된 냉동식품으로 조사됐다. 수출액은 165만 달러(2021년)에서 484만 달러(2022)로 3배 뛰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 드라마를 통해 핫도그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졌다"며 "핫도그의 원조인 미국으로 한국식 핫도그를 역수출하고 있다"고 현상을 전했다. 인스타그램엔 'Korean hotdog'로 해시태그를 건 게시물이 12일 기준 25만 건을 넘어섰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한글로 걸린 '백반집'
K콘텐츠 시장에서 요즘 떠오르는 화두는 한식을 품은 예능 프로그램의 해외 제작이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해외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통한 K콘텐츠 소비 시간이 폭증하고, 그 과정에서 한국 음식에 대한 관심까지 덩달아 높아진 여파로 보인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세로 접어들고 각국에서 출입 규제를 완화하자 한식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의 해외 제작이 잇따르고 있다. 외식사업가 백종원은 지난달 이탈리아로 건너가 한글로 '백반집'이란 간판을 단 식당을 연 뒤 배우 이장우 등과 tvN '장사천재 백사장'(상반기 방송)을 찍었고, 셰프 이연복은 홍진경 등과 해외로 건너가 JTBC '한국인의 식판'(3월 방송)을 촬영한다. '서진이네'를 비롯해 올 상반기 편성이 확정된 해외 한식 예능 프로그램만 3개가 넘는다.
"한국 급식 체험 외국 부모들 있다기에"
한식 예능은 외국인들의 일상까지 파고들었다. 이연복과 홍진경 등은 여유롭고 한적한 관광지 대신 해외 기업과 학교 등 급식이 필요한 곳에 스테인리스로 된 식판을 들고 찾아가 K급식을 선보인다. '한국인의 급식' 제작을 총괄하는 손창우 PD는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학교 급식 등이 영상으로 올라오며 메뉴가 다양하지 않은 해외 급식과 비교되며 화제를 모았고, 외국 학부모들이 K급식을 경험하기 위해 한국으로 단체 견학까지 온다고 들었다"며 "해외로 나가 K급식을 진짜로 선보이기 위해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해외 한식 예능 제작 바람은 사회적 거리두기로 뚝 끊겼던 관계를 음식을 통해 회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열망과 맞닿아 있다. 갈수록 세를 넓히고 있는 '국뽕' 콘텐츠 유행의 연장선으로 읽히기도 한다. K팝 아이돌 그룹의 무대 영상을 보고 감탄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외국 팬들의 리액션 영상 등이 국내에서 인기 콘텐츠로 각광받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것이다. 김교석 방송평론가는 "해외 한식 예능은 식당을 열고 메뉴를 현지에서 직접 선보이는 도전을 통해 성장 서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며 "더불어 외국인들이 한국 음식에 감탄하는 모습 등을 통해 '국뽕'의 하이라이트를 선보이며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유행을 진단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조민·정유라·숙명여고 쌍둥이... 법원이 인정한 엇나간 자녀 사랑
- 중증장애 딸 38년 돌보다 살해한 엄마... 법원도 검찰도 선처했다
- 北 장사정포 위협에... '킬러 미사일' 개발 4년 앞당긴다
- 14억 주택, 팔면 세금 물지만 갖고 있으면 비과세인 까닭
- '효자촌' 유재환, 제작진 긴급 호출 "공황장애 심해"
- 국과수 검사에서 검출된 유아인 '대마' 효과는…"도취감·환각"
- [유수경의 엔터시크릿] 살찐 송민호, 나만 귀엽나?
- "6년 만 100억 자산가"...'신사임당' 주언규, 부자된 비결은? ('집사부')
- [대지진 르포] "여기 사람이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나"... 맨손으로 구조 나선 생존자들
- 맹추위·여진에도... 한국 긴급구호대는 '구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