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 할인' 신경전 없고 가격도 공평"…클릭으로 차 사는 MZ들

이동희 기자 2023. 2. 12.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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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자동차 거래액 4년만에 4배 성장…지난해 용품 포함 4조원 거래
'업체도 비용 절감' 테슬라·폴스타 등 수입차 중심 확대…대리점·딜러 반발 '숙제'
서울시내 한 빌딩 테슬라 충전구역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 2023.1.17/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이동희 기자 = "내 돈 주고 내가 차 사는데 딜러와 신경전을 벌이는 게 싫더라고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전기차를 사기 위해 국내외 브랜드를 모두 알아봤다.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까지 샅샅이 살핀 끝에 한 국내 브랜드로 마음을 먹었으나 실제 구매하는 과정에서 여러 딜러들로부터 소위 '견적'을 받아보면서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다 테슬라로 눈을 돌렸다고 했다.

다른 일반 온라인 쇼핑처럼 홈페이지에 올라온 가격 그대로 결제를 하는 판매 구조는, 조금이라도 '딜러 할인'을 많이 해주는 딜러를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줬다. 누구나 같은 가격에 구매하기 때문에 "나만 손해보고 살 수는 없다"는 조바심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3종 세트'니 '5종 세트'니 하는 딜러표 사은품을 비교하며 속상할 일도 없다.

A씨는 "온라인으로 차를 결제하면서 처음이라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편리해서 앞으로도 온라인으로 구매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시장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차는 매장에서 사는 것'이라는 말이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 됐을 정도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 시작된 움직임에 소비자들이 호응하기 시작하자 업체들이 앞다퉈 온라인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업체들로서도 대리점과 딜러망 운영비 등 비용 절감 효과가 적지 않아 소비자들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고 있다.

◇작년 車 온라인 거래액 4조원…4년만에 4배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용품 포함)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3조9651억원으로, 2018년 약 1조원에서 4년만에 4배 수준으로 커졌다. 2020년 자동차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63.1%나 증가했고, 2021년(51.8%)과 2022년(16.4%)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미 서적(2조5316억원), 신발(3조2315억원), 가방(3조5808억원) 등을 앞질렀으며, 아동·유아용품(5조1752억원)을 뒤쫓고 있다.

완성차 업계는 온라인 자동차 판매 확대에 가장 영향을 끼친 곳을 테슬라로 꼽는다.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2016년 첫차 '모델3'를 출시하면서 세계 최초로 온라인 판매 방식을 선보였다.

2017년 3월 국내에도 진출한 테슬라는 아직도 오프라인 대리점이 없다. 온라인을 통해서만 차를 구매할 수 있다. 자동차 정보업체 카이즈유 기준에 따르면 2019년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 판매량은 2019년 2430대에서 2022년 1만4571대로 증가했다. 지난 2021년에는 1만7828대를 팔며 한때 수입차 판매량 4위까지 올라 볼보(1만5056대), 폭스바겐(1만4369대) 등을 뛰어넘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차는 가격대가 있어 대리점에서 눈으로 보고 계약하는 게 정설이었다"라면서 "하지만 국내서도 테슬라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넘어서면서 소비자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News1 윤주희 디자이너

◇테슬라·폴스타 등 수입 전기차 주도…"2030년 온라인 판매 대세 전망"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수입차 업계를 중심으로, 특히 테슬라를 필두로 한 수입 전기차 브랜드에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진출한 스웨덴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는 첫 모델 '폴스타2'를 선보이면서 100% 온라인 판매를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출시 후 연간 2794대를 판매하며 한국수입차협회에 등록된 전기차 단일 모델 중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폴스타 측은 100% 온라인 판매 시스템을 선보인 전략이 유효했다고 평가했다.

폴스타코리아 관계자는 "폴스타는 지속 가능한 장기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정하고 일관된 가격 전략이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며, 특히 온라인 구매는 소비자가 어느 지역에서도 뛰어난 상품성과 경쟁력 있는 동일한 가격으로 폴스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는 지점과 동일하다. 전기차 고객층이 내연기관 차량 대비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과도 맥을 같이 하는 판매전략이다. 폴스타는 올해 3분기 선보일 플래그십 전기차 SUV '폴스타3' 등에서도 온라인 판매전략을 이어갈 계획이다.

국내 대표 수입차 브랜드인 메르세데스-벤츠도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부터 매달 20일 온라인 판매 채널을 통해 한정판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내놓은 '마이바흐 S580 4MATIC 블루 스타 더스트 나이트' 한정판 모델 24대는 1시간 30분만에 모두 팔렸다. 이달에는 'EQS 450 4MATIC SUV' 한정판 모델이 공개될 예정이다.

프리미엄 픽업·SUV 브랜드 ‘GMC’의 첫 번째 모델인 초대형 픽업트럭 시에라. 한국GM은 시에라를 전량 온라인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2023.2.7/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혼다코리아도 올해부터 온라인 판매로 전면 전환할 계획이다. 전국 9개 대리점을 모두 쇼룸 형태로 바꾸고, 올해 선보일 5종의 신차를 모두 온라인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한국GM은 지난해 쉐보레 타호, 볼트EUV에 이어 지난주 픽업트럭·SUV 전문 브랜드 'GMC'의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를 국내 출시하면서도 온라인 판매로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업체들도 비용 절감 '장점'…국내 업체는 '대리점·딜러 반발' 숙제

업체들로부터 온라인 판매의 장점은 적지 않다. 무엇보다 판매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아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지난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17%에 달했던 것도 온라인 판매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쉐보레 타호와 볼트EUV를 출시하면서 온라인으로 약 2300대를 판매했다"면서 "온라인 판매를 확대해 수수료를 절감하고 고객에게 더 많은 혜택을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소비자들과 업체들의 이해가 일치하는 측면이 많아 온라인 판매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적인 회계·컨설팅 기업인 KPMG가 발표한 글로벌 자동차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산업 경영진 915명 가운데 78%는 2030년까지 대부분의 차량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서도 온라인 판매 움직임이 없지 않다. 현대차는 소형 SUV 캐스퍼만 전량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다.

다만 해외 업체들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오랜 기간 운영해 온 대리점 체제를 건드리기 어렵고, 판매망 축소에 대한 노조의 반발도 상당해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기존 완성차 업체가 온라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딜러나 대리점 등과 불협화음이 예상된다"면서도 "온라인 판매 확대 과정에서 신규 업체와 플랫폼이 새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yagoojo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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