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잡고 가볍게 선사시대로 날아가 볼까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동북아 최대규모 고인돌 강화 부근리 지석묘 웅장/인근 강화역사박물관·자연사박물관에선 선사시대로 ‘점프’/갑곳돈대서 강화바다 즐기고 전쟁박물관까지 알찬 방학여행
새해도 어느덧 2월. 길게만 느껴지던 겨울방학이 절반이 지나 이제 슬슬 새 학기를 준비할 시간이 다가온다. 아직 아이들과 ‘체험학습’을 마치지 못했다면 강화군 하점면을 ‘강추’한다. 강화자연사박물관과 강화역사박물관이 붙어 있어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어서다. 특히 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동북아시아 최대 규모 고인돌 ‘부근리 지석묘’까지 알차게 둘러볼 수 있어 반나절 여행지로는 안성맞춤이다. 박물관 앞 넓은 잔디가 펼쳐진 고인돌공원을 천천히 걸어 오르면 거대한 규모의 고인돌이 보인다. 오랜만에 날씨가 영상 기온으로 풀리면서 아이들과 나들이 온 부모는 고인돌을 배경으로 아이의 체험학습 ‘인증샷’을 찍느라 바쁘다. 이곳에서 300m 떨어진 솔밭 구릉에는 다양한 고인돌이 분포돼 있는데 부근리 고인돌군은 모두 16기다. 또 고천리와 오상리 등 강화도 북부 일대에서만 고인돌 170여기가 발견됐다.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아 전북 고창, 전남 화순 고인돌 유적과 함께 2000년 12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해답의 힌트는 강화역사박물관에서 찾을 수 있다. 고인돌 건축 과정 모형이 전시돼 있는데 먼저 받침돌을 세운 뒤 일대를 흙으로 메워 언덕을 만들고 밧줄로 묶은 덮개돌을 언덕 경사면을 따라 사람들이 끌어당기는 모습이다. 하지만 의문이다. 덮개돌 무게로 미뤄 성인 1명이 100㎏을 감당해도 500명이 넘는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시 강화도 북부에 우리 조상들이 대규모로 집단 거주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역사박물관에선 선사시대부터 청동기시대, 고려, 조선을 거쳐 근·현대사까지 옛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을 살펴보며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다. 강화의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로 꾸민 2층에는 주먹도끼, 여러면석기, 가락바퀴, 돌화살촉, 반달돌칼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됐다. 또 고목근현토기 등 강화에서 출토된 삼국시대, 통일신라시대 유물도 만난다. 1층은 고려, 조선, 근대 강화도 사람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청자화분, 청동다리, 동경, 보상화문전 등 민속품으로 꾸며졌다.
돌아가는 길에 강화대교 근처에 있는 갑곶돈대와 무료인 전쟁박물관까지 둘러보면 알찬 당일치기 여행이 완성된다. 갑곶돈대에 오르자 강화대교와 지금은 자전거길로 사용되는 옛 강화교와 함께 강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돈대는 해안가나 접경지역에 돌이나 흙을 쌓은 소규모 관측·방어시설. 갑곶돈대는 강화해협을 지키던 중요한 요새로 대포 8문이 배치됐던 포대다. 지금도 조선시대에 쓰던 무기가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강화의 요충지마다 군대 주둔지를 설치했으며 갑곶돈대는 제물진에 소속된 돈대로 1679년(숙종 5년) 축조됐다. 고려 때 몽골과 외교교섭을 벌이던 운치 있는 정자 이섭정도 만난다.
강화=글·사진 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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