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앞에 장사없다···강남 전셋값 한 주만에 1.39% 하락

류인하 기자 2023. 2. 1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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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연합뉴스

대규모 아파트 입주 물량이 몰린 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큰 폭 하락하고 있다. 이달 말 입주를 앞둔 개포자이프레지던스를 시작으로 강남 전역이 본격적인 입주장에 들어서면서 강남의 전셋값 낙폭이 강북보다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월 1주(6일 기준) 강남권 11개구의 전셋값은 전주보다 1.11% 하락했다. 반면 강북권 14개구 하락폭은 0.77%에 그쳤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를 비롯해 연말 입주를 앞둔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등 대단지 입주물량이 쏟아질 예정인 강남의 전셋값 하락폭은 전주보다 1.39% 커지면서 강남3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개포동에서 30년 넘게 중개업을 하고 있는 A씨는 “강남에 이렇게 한꺼번에 대단지 입주가 몰린 것 자체가 오래간만이다보니 전세가격이 이전보다 크게 내려가고 있다”면서 “신축 전세가 먼저 내려앉고, 그 다음으로 구축전세도 내려앉는 상황이 3~4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전셋값이 한주간 1.69% 하락하면서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동작구는 이달 중 1772가구 규모의 흑석리버파크자이 입주가 예정돼 있다.

통상 입주장에서는 잔금을 치르기 어려운 입주매물을 비롯해 투자용 매물 등이 전세로 한 꺼번에 쏟아지기 때문에 기존 시세보다 낮은 수준의 전세시세가 형성된다.

도곡동 B중개사무소 대표는 “건설사에서 잔금대출 지원을 해주면 일반분양자들이 내놓은 전세매물 급락을 피할 수는 있는데 요즘은 건설사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라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입주장 전셋값 하락은 시작일 뿐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 입주가 시작되면 강남지역 전셋값은 당분간 폭삭 내려앉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입주장에 잔금 못치른 ‘전세매물’ 쏟아져

오는 11월 입주예정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개포주공1단지 재건축)는 총 6702가구로, 올해 서울에서 입주하는 단지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강남에서도 단일면적으로 가장 큰 단지다. ‘개자프’와 ‘디퍼아’만 합해도 올해 강남에서만 1만가구 입주가 이뤄지는 셈이다.

여기에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 원펜타스(신반포 15차 재건축)도 입주를 앞두고 있고, 2990가구 규모의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도 10월 입주를 앞두고 있어 강남 전셋값 하락 여파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축 전셋값 하락에 구축도 전셋값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성동훈 기자

개포자이프레지던스에 인접한 개포주공5단지는 지난 7일 전용면적 74㎡가 보증금 4억원에 갱신계약됐다. 종전 보증금은 7억4000만원보다 절반 가까이 낮아진 셈이다. 개포주공5단지는 오는 2027년 완공목표로 내년 재건축에 들어간다.

2008년 6월 준공된 대치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지난 9일 임차인이 갱신요구권을 사용하지 않고 보증금 12억8000만원 갱신계약을 체결했다. 종전계약(17억5000만원)보다 4억7000만원 낮춘 액수다.

동작구 역시 흑석리버파크자이 입주 여파로 아크로리버하임 전용 84㎡(1층)은 보증금 8억5000만원에 신규 임대차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보증금은 12억원으로 3억5000만원이나 낮아졌다. 해당 평형의 직전 최고 전세가는 15억원으로, 불과 1년 6개월 사이 전세가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셈이다.

강남의 전세가 급락은 강북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강남에 비해 낙폭이 작을 뿐 여전히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직전 전세 최고가 7억5000만원이었던 성북구 장위뉴타운 꿈의숲코오롱하늘채 전용면적 84㎡은 지난 8일 4억7000만원에 신규계약을 체결했다. 직전 보증금(6억5000만원)보다 1억8000만원 낮은 금액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현재 시장은 급매물과 급전세가 동시에 나오는 구조”라면서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규모 입주물량이 나오고 있어 당분간 전세가는 계속 하향세를 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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