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서울병원장 경찰 입건 왜?…‘가짜 의사’ 간호사 뽑았다
경찰,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 입건
소아청소년과의사회 고발로 수사 착수
대형병원과 개원의 이권 다툼이 원인 꼽혀
12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삼성서울병원 박승우 원장과 간호사 등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의사의 업무를 하는 간호사로 ‘가짜 의사’라고도 불리는 PA간호사를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국내 의료법은 제27조 5항을 통해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제64조 2항에서는 ‘이를 위반한 의료기관은 정지부터 폐쇄까지 당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PA간호사는 통상 의사의 업무까지 대신하는 간호사를 지칭하는 단어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준 의사’로 볼 수 있는 PA면허를 갖추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존재하지 않아 운영 자체가 불법이다.
그러나 대형 병원 등에서는 의대 정원이 20년 가까이 동결돼 부족한 의사 수를 보완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PA간호사를 운영하는 실상이다. 실제 한 유명 대학병원 의사 A씨는 “불법이지만 PA간호사가 없으면 병원이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번 수사는 삼성서울병원이 지난해 12월 ‘방사선종양학과 계약직 PA 간호사 채용’ 공고를 내고 PA 간호사 1명을 채용하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가 지난 3일 고발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소청과의사회는 PA간호사 고용뿐만 아니라 공고에서 수행 업무로 명시한 ‘외래 EMR 차트 작성’과 ‘방사선 치료 환자 피부 드레싱’ 등도 간호사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행위라고 지적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차트를 작성한다는 건 간호사가 의사처럼 투약 등의 지시를 한다는 것”이라며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로 환자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논란이 일자 지난 7일에는 대한의사협회가 직접 경위 파악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박명하 서울시의사회 회장은 “의협의 입장을 전달하고 협조를 요청했다”며 “병원 측은 오해할 만한 문구를 썼다며 유감을 표했고 앞으로 진행될 조사에도 협조하겠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형병원과 개원의 사이의 이권 다툼에서 비롯됐다는 해석도 나왔다. 대형병원이 PA간호사를 채용해 환자 수용 능력을 개선하면 개인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어들기에 의사 단체에서 문제 제기를 했다는 시각이다. 의사 B씨는 “의사 수가 부족하자 대형병원은 그 대안으로 PA간호사를 활용하고 있다”며 “개원의 입장에서는 PA간호사를 뽑아 대형병원이 환자를 많이 받으면 수입이 줄어드니 견제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서는 수사 결과에 따라 벌금형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호균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대표 변호사는 “실제로 간호사가 면허 범위를 넘어 의료 행위를 했다면 병원 법인은 벌금형에 처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그렇지 않다면 미수이기에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채용하는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업계에서 통용되는 PA간호사라는 명칭을 쓴 것”이라며 “채용 후 간호사의 면허 범위를 넘어서는 업무 지시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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