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대부터 고대 로마인들 즐겨/달콤한 과일향과 은은한 꿀향 가득 여심저격/이탈리아 피에몬테 아스티가 고향/‘크랑크뤼’ 포도밭 카넬리 유명/가성비 좋아 가볍게 즐기는 와인
상큼한 레몬, 오렌지와 배 등 잘 익은 과일향, 신선한 산도와 여리여리하게 느껴지는 버블. 여기에 은은한 아카시아와 달콤한 꿀향까지.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 등 사랑을 고백하는 자리에 이 보다 잘 어울리는 와인이 또 있을까요. 예쁜 글라스에 따른 와인 한 모금 나눠 마시면 달콤한 와인만큼이나 연인들의 사랑도 백배, 천배 더 달달해질 테니까요. 큐피드의 화살처럼 사랑 고백을 도와주는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를 만나러 이탈리아 피엔몬테 아스티로 달려갑니다.
■고대 로마인들이 사랑한 모스카토
모스카토 다스티는 말 그대로 아스티에서 생산된 모스카토 와인을 말합니다. 뮈스까 또는 머스캇(Musca)과 같은 품종이에요. 이름에 ‘Muscat’ 단어가 들어간 포도품종은 대부분 과일향이 풍부하면서도 아로마가 매우 뛰어나죠. 모스카토 다스티를 빚는 품종은 모스카토 비앙코(Moscato Bianco)로 고대 중동에서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510년에 쓰인 고대 문헌에 ‘피에몬테 아스티의 모스카토가 아주 훌륭하다’는 내용이 적혀있는 것으로 미뤄 오래전부터 즐긴 와인으로 짐작됩니다.
특히 아스티에서도 카넬리(Canelli)의 포도로 만든 모스카토가 유명합니다. 문헌에 카넬리 모스카토는 고대 로마인들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품질이 뛰어났고 1511년 이 지역의 5분의1 가량에서 모스카토가 재배됐다는 기록도 남아 있는 것으로 미뤄 당시에도 카넬리 모스카토의 명성이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아스티의 가장 중심에 있는 카넬리는 해발 고도가 높아 일교차가 크고 일조량이 뛰어나 포도는 서서히 완숙되면서도 모스카토에서 가장 중요한 좋은 산도를 잘 움켜쥐게 됩니다.
모스카토는 전세계 주요 와인산지에 재배되지만 아스티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비앙코는 품질이 뛰어나고 우아한 특징을 지녔습니다. 강렬하면서 세련된 머스크향(사향), 레몬, 라임, 복숭아, 살구와 오렌지 꽃과 아카시아 꽃의 섬세하고 향기로운 부케, 엘더베리, 베르가못, 세이지 등 허브향이 온몸의 감각세포를 즐거움으로 채우는 매력적인 와인으로, 한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향기로 기억됩니다.
특히 알코올도수가 5% 안팎으로 낮아 술이 약한 이들이 가볍게 즐기기 매우 좋답니다. 일반 와인처럼 코르크 마개나 트위스트캡을 사용하지만 버블이 아주 살짝 있는 약발포성, 세미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보통 버블 3기압을 기준으로 일반 스틸와인과 스파클링 와인을 구분합니다. 프랑스에선 샴페인, 크레망, 뱅무쉐(Vin Mousseux)가 3기압을 넘는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샴페인과 크레망은 보통 6기압으로 버블이 아주 탄탄합니다. 3기압 미만의 약발포성 와인은 페티앙(Petillant)이라 부릅니다. 이탈리아는 스푸만테(Spumante)와 프리잔테(Frizzante)로 구분합니다. 스푸만테는 3기압이상인 일반 스파클링 와인이고 프리잔테는 1.0∼2.5 기압으로 페티앙과 같은 개념입니다. 모스카토 다스티가 바로 프리잔테로 기압이 아주 낮아 일반 코르크 마개와 트위스트캡을 사용할 수 있답니다.
■모스카토 다스티 양조 방식
모스카토 다스티는 알코올도수가 낮고 달콤한 특징을 지녔습니다. 달콤한 와인들은 당분을 추가해 만드는 것으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스위트 와인은 포도 자체의 당분만 이용해서 만듭니다. 효모는 포도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냅니다. 따라서 중간에 발효과정을 멈추면 미처 발효되지 않은 당분이 남아서 달콤한 와인이 만들어진답니다.
스파클링 양조방식은 샴페인, 크레망, 스페인 까바(Cava)처럼 병에서 2차 발효를 거치는 전통방식과 이탈리아 스푸만테, 독일 젝트처럼 스틸 탱크에서 만드는 샤르마 방식으로 나뉩니다. 샤르마 방식은 2차 발효를 병이 아닌 가압식 탱크에서 진행합니다. 따라 좁은 병에서 2차 발효하는 전통방식 스파클링보다 버블이 훨씬 크고 거칩니다. 또 죽은 효모와 함께 숙성시키는 쉬르리(Surlie), 즉 효모자가분해도 길게 할수가 없어 빵냄새 등 복합미도 떨어집니다. 대신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어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수 있습니다.
아스티 스파클링을 만드는 방식은 샤르마 방식의 변형이라 ‘아스티 방식’으로 구분합니다. 2차발효를 하지않고 탱크에 한번 발효로 끝냅니다. 탱크에 포도즙과 효모를 넣으면 발효가 시작되고 알코올도수가 6도 정도되면 탱크 뚜껑을 닫아 이산화탄소 못날아게 가둬놓기시작합니다. 이어 알코올 도수가 1~1.5도 정도 추가로 높아져 7~7.7도 정도되면 발효를 중단시킵니다. 탱크의 온도를 낮춰 차갑게 하면 효모가 움직이지 못해 발효가 멈추는데 이때 필터링으로 포도즙을 걸러내면 달콤하고 알콜도수가 낮은 아스티 방식 와인이 만들어집니다. 압력을 잘 유지하면서 찌꺼기만 걸러주는 탱크를 사용하는 겁니다.
■아스티 와인 종류
1932년에 아스티 와인 협회(Consorzio dell Asti D.O.C.G)가 설립돼 아스티 와인을 적극 홍보한 결과 현재 170개국에서 아스티 와인을 즐기고 있으며 연간 9000만병이 생산되는 세계적인 와인이 됐답니다. 아스티 D.O.C.G 포도밭 면적은 2023년 1월 현재 9800ha, 생산자는 4000명 정도입니다. 아스티에서는 모스카토 한 품종으로 세 종류 와인을 만듭니다. 모스카토 다스티, 아스티 세코(Asti Seco), 아스티 돌체(Dolce)입니다. 아스티 세코는 알코올 11% 정도의 드라이한 스파클링 와인입니다. 잔당은 약 17g/ℓ으로는 샴페인의 엑스트라 드라이(Extra Dry)와 비슷합니다. 드라이하면서 신선하고 풍미가 좋아 음식과 잘 어울립니다. 병마개를 보면 보통 스파클링 와인처럼 마감 돼 쉽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아스티 돌체는 알코올도수 6~7%로 잔당은 90~100g/ℓ입니다. 3기압 정도로 스파클링과 같은 코르크 마개를 사용합니다. 아카시아 같은 흰꽃향과 꿀향이 입안을 가득 채웁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알코올도수 4.5~6.5%, 잔당은 120~130g/ℓ입니다. 아스티 세코<아스티 돌체<모스카토 다스티 순으로 당도가 높아지고 알코올도수는 낮아집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는 일반 와인과는 좀 다른 방식으로 만듭니다. 완제품을 미리 만들어 놓는 게 아니라 탱크에 원액인 발효전 포도즙 머스트(Must)를 보관하고 있다가 주문과 동시에 필요한 양만큼 발효를 시작해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답니다. 왜 그럴까요. 바로 신선함을 잘 유지하는 것이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의 생명이기때문이랍니다.
■모스카토 다스티 원조 간치아
이탈리에서 모스카토 품종으로 최초의 스파클링 와인을 만든 생산자는 아스티의 카넬리가 고향인 까를로 간치아(Carlo Gancia)랍니다. 그는 샴페인의 본고장인 프랑스 샹파뉴를 여행하다 영감을 받아 몇달동안 샴페인 양조방식을 배운 뒤 1850년부터 이탈리아 토착품종인 모스카토로 스파클링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가 이탈리아 스파클링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간치아는 현재 샤르마 방식 아스티는 물론, 프로세코도 생산합니다. 특히 전통방식 스파클링도 생산하며 2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병숙성하는 전통방식 스파클링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간치아 모스카토 다스티는 ‘아스티의 그랑크뤼’ 카넬리에서 생산되는 모스카토 100%로 빚으며 배의 과일향과 아카시아꽃, 세이지 등 허브향, 허니플라워향이 비강을 지배하고 당도와 산도 밸런스가 좋습니다. 또 여운도 길게 이어집니다. 간치아의 고성인 카스텔로 디 카넬리(Castello di Canelli)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습니다. 간치아는 금양인터내셔날에서 수입합니다.
■이탈리아 3대 모스카토 다스티
보통 비에띠(Vietti), 사라코(Saraco), 라 스피네타(La Spinetta)를 이탈리아 3대 모스카토 생산자로 꼽습니다. 비에티 모스카토 다스티는 카스틸리오네(Castiglione) 지역의 작은 포도밭에서 생산되는데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은 약 40년 정도로 올드바인으로 만든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그만큼 모스카토 포도의 응집력과 미네랄이 뛰어납니다. 복숭아 등 과일향과 장미꽃, 생강 등 허브향이 풍성하게 느껴집니다. 비에띠는 나라살라에서 수입합니다. 1919년 파트리아크 마리오 비에티가 와이너리를 설립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비에티는 지역 예술가 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모든 와인들은 레이블에 예술가들의 작품을 담고 있습니다.
사라코 모스카토 다스티는 오렌지 껍질, 라임, 복숭아 등 잘 익은 과일향이 매력적이고 잔을 흔들면 타임 등의 허브향이 피어오릅니다. 상쾌한 버블과 산도, 당도과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섬세한 미네랄이 긴 여운을 남깁니다. 과일 타르트와 같은 디저트, 고르곤졸라 치즈와 페어링이 좋습니다. 사라코는 서울와인앤스피릿이 수입합니다. 1900년 루이지 사라코(Luigi Saracco)가 설립한 와이너리는 베르무스(Vermouth)을 생산하는 회사에 모스카토를 대량으로 납품하면서 역사가 시작됩니다. 현재 카스틸리오네 티넬라(Castiglione Tinella)의 포도밭 50ha에서 아로마와 밸런스가 좋은 와인을 생산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며 아스티 사람들도 인정한 모스카토 와인으로 유명합니다.
라 스피네타는 레이블에 그려진 ‘코뿔소 와인’로 국내에서 잘 알려진 모던 바롤로의 대표 주자로 라 스피네타의 이름을 처음 알린 것은 바로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1977년 모스카토 품종으로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첫 싱글빈야드 와인을 출시했는데 바로 라 스피네타 브리꼬 콸리아(Bricco Quaglia)입니다. 복숭아, 자몽향과 꿀향으로 시작돼 시간이 지나면 은은한 허브향이 발산되며 복합미가 뛰어납니다. 라 스피네따 모스카토 다스티 비앙코스피노(Biancospino)는 만다린, 라임, 감귤류와 아카시아꽃의 아로마, 미네랄이 잘 어우러집니다. 라 스피네타는 에노테카코리아에서 수입합니다.
■‘병맛’도 뛰어난 모스카토 다스티
발렌티나 컬렉션(Valentina Colection)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은 이름에서부터 달달함 느껴지니 밸런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 잘 어울립니다. 잔을 흔들면 모과, 배 등의 풍성한 과일향과 아카시아 꽃향이 피어올라 비강을 가득 채웁니다.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풍성한 과일향은 기분마저 달달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과일, 치즈, 헤이즐넛 케익과 잘 어울립니다. 버시오 패밀리 에스테이트(Bosio Family Estate)가 피에몬테 서쪽 산토 스테파노 벨보, 알바, 아스티의 포도로 만듭니다. 레이블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다양한 꽃과 허브가 블루, 옐로, 퍼플로 화사하게 담겨 사랑을 고백하는 자리를 더욱 화사하게 만들어 버릴 것 같네요. 발렌티나는 가자무역에서 수입합니다.
비떼 꼴떼 라 가따 모스카토 다스티(Vite Colte, La Gatta Moscato d’Asti)는 레이블에 예쁜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계묘년에 잘 어울리는 모스카토 다스티입니다. Gatta는 영어로 Cat, 고양이란 뜻입니다. 모스카토 품종 특유의 모과, 배 등의 과일향과 향긋한 꽃향이 잘 표현된 와인으로 이회·석회토 토양에서 자란 모스카토로 만들어 미네랄이 아주 뛰어납니다. 생크림 과일 케이크, 머랭 쿠키, 바삭한 마카롱, 다양한 열대 과일 등과 잘 어울립니다. 비떼 꼴레는 와이넬에서 수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