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무원 만난 尹 “산업현장 불법 놔두면 그게 국가냐”

[레이더P] 대통령실, 7일 만남 공개
尹, 법치 강조하며 노동개혁 의지 밝혀
“기업인 멀리하면 산업변화 적응 못해”
어린 시절 요리하던 일화 소개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통령과의 대화’를 마친 뒤 공직자들과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2.7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각 정부 부처 공무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제가 폭력과 협박, 공갈이 난무하는 산업현장을 정상화하지 못하면 국민께 세금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노동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12일 대통령실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 32개 부처·청 공무원 150여명이 만나 노동개혁, 기득권 혁파, 공정한 경쟁 등 국정 철학 및 정책 방향에 대해 진솔하게 나눈 대화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이 자리엔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각 부처·청 국장, 과장, 사무관이 참석했으며, 절반가량은 소위 ‘MZ세대’로 불리는 젊은 공무원들로 구성됐다.

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대해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노동개혁의 여러 분야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분야는 법치”라며 “같은 근로자 간에도 임금이 몇 배나 차이가 나는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더 공평하고 정의로운 시스템으로 바꿔나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산업현장에서의 불법행위 등의 문제를 언급한 윤 대통령은 기득권을 타파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산업현장에 노조 간부의 자녀가 채용되고, 남은 자리로 채용장사를 하는 불법행위를 정부가 방치하면 민간 경영자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산업현장에서 폭력과 협박에 터를 잡은 불법을 놔두면 그게 정부고, 국가냐”고 반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회에 참석한 고용노동부 공무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국민들께서 더욱 잘 살게 하려면 카르텔과 지대추구 행위를 규제하고 해체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부당한 기득권 체제에 잘 대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윤 대통령은 최근 순방 경험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우리나라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등 산업에서 세계적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며 “기업은 결국 국력의 집합체”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이 기업의 손익 계산을 볼 수 있어야 재정을 어떻게 투입할지 선택할 수 있다”며 “기업인을 멀리만 해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환경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국무위원들에게 당부한 메시지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마약 단속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군·경찰·검찰·세관이 함께 많은 희생과 노력을 기울여 왔기에 최근까지 우리나라가 마약청정국이 될 수 있었다”며 “행안부 조직국, 기재부 예산실은 마약 수사하는 분들의 어려운 점을 잘 살펴 도와달라”고도 전했다.

이날 대화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공무원들과의 대화에서 어린 시절 요리하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어릴 적 스테인리스 프라이팬으로 계란프라이를 하면 들러붙곤 했다. 5살 때 프라이팬에 기름을 둘러 연탄 풍로에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태우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을 생각해보니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며 “혼자 지방 생활을 할 때도 장을 봐 요리하며 먹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식약처에서 개최하는 ‘소금 적게 쓰기 경연대회’에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짠 음식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어떤 음식이든 맛있게 먹으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대화 주요 내용을 짧은 영상 콘텐츠로 제작해 함께 공개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상에선 윤 대통령의 국정 철학뿐 아니라 그날의 솔직담백한 분위기와 유쾌한 장면들도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